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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미원
    후기/여행 2024. 3. 17. 20:33

    # 01.

     

    급하게 추진한 나 홀로 여행에 도전했다. 오래간만에 휴가를 그냥저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어느덧 20대 마지막이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랴. 급하게 여비를 마련하자마자 무턱대고 덜컥 나섰다.

     

    여행 테마 따윈 없다. 그저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가는 즉흥여행이었다. 우선 전부터 죽 가보고 싶었던 세미원으로 향했다.

     

     

    # 02.

     

    서울 촌년은 1호선에서 회기 방면도 찾아 헤매더니, 덕소역에서 도심 방면으로 가야 되는데 바보같이 자꾸 양정으로 갔다. 양정에서 다시 반대편 플랫폼으로 올라가 덕소에서 내리면 도로 양정에 오고, 도로 양정에 오고… 무간지옥이냐고 젠장. 세미원 오늘 안에 갈 수 있겠냐고, 제기랄!

    양수역에 다다르자 펼쳐진 남한강.


    30대 가기 전에 나 홀로 해외여행이 소원이건만, 30대가 되기도 전에 국내 여행서 이러고 있다. 간신히 용문행으로 탄 뒤 4시 다 돼서야 양수역에 내렸다.

     

     

    간신히 도착한 양수역!

     

     

    # 03.

     

     

     

    가까스로 도착한 세미원 입구.


    그나마 평지였으니 망정이지 700m를 너무 우습게 봤다. 입장료는 일반 성인 1인 기준 5,000원이며 양평군민이나 그 외 우대사항에 따라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하절기(6월~8월) 개장 시간은 오후 8시까지다.

    입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연꽃 박물관.

     

    정작 내부엔 들어가 보진 못했다.

     

    불이문과 팔괘담.


    불이문의 태극과 상통하는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하늘과 땅, 자연과 사람, 너와 나가 둘이면서 둘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담장의 팔괘 무늬는 작은 담 속에 우리 선조들의 자연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고 한다.

    입구를 지나면 징검다리가 나온다.


    주변엔 죄 가족단위 아니면 커플이어서 혼자 건너려니 좀 쓸쓸하다. 어린애들은 데리고 다니긴 곤란하겠는데, 생각했던 찰나에 근처에서 어떤 아이가 물속에 들어가 걸었다(천잰데?).

    꽃길만 걷자.

     

    흐드러진 연잎들이 맞이한다.

     

    조영철 / <Qudruped>
    조영철 / <On the road2>


    팸플릿에선 재료가 태양광 LED라던데 조명이 켜진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다. 이상적인 곳을 찾아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에서 현대 인류가 잃어버린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

    장독대를 소재로 한 조형물이 자주 보인다.

     

    알록달록한 꽃과 토속적인 조형물들이 조화롭다.

     

    뱀이다, 뱀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지나다가 뱀이다!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뱀이 스르륵 지나갔다. 바로 근처에 아가가 있었는데 다행히 아가를 피해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움짤로 남기고 싶었는데 원체 빨라서 동영상 켤 새도 없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실물로 본 건 살면서 두 번짼데 진짜 빠르더라. 이러니 그 옛날에 뱀에 물리면 거진 꼼짝없이 비명횡사했다지.

    7월 초~중순쯤 방문이 적기이지 싶다.

     

    뭔데 쓰레기통마저 멋스럽냐.

     

     

    군데군데 볼거리가 많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분수.

     

    열대 수련 연못.

     

    듬성듬성 피어난 수련도 몹시 아름다웠다.

     

    연꽃 피고 예술 피다.

     

    꽤나 인상 깊었던 <정병분수>

     

    드넓은 연꽃 향연.

     

    바람의 방향을 살피는 기후관측기구인 풍기대와,

     

    (풍기대 뒤) 이철희 / <L.O.V.E>

     

    조덕례 / <바람에 맞서는 남자>

     

    이영섭 / <어린 왕자>

     

     

    나만의 비밀 정원을 발견한듯한 기분.


    아무도 없는 정자에서 달궈진 휴대폰도 충전할 겸 휴식했다.

    숙소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본 후 심기일전하고 배낭을 들쳐맸다. 정자에서 쉬는 동안 사람과도 지금처럼 딱 이 정도 거리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지칠 때면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다가도, 언제고 인파 속에 섞일 수 있는.

    물이 쪼르르 흐르는 주전자가 귀여웠다.

     

    고가도로와 연못밭이 이질적이면서도 절묘하니 기묘하다.

     

    추사 김정호를 기리는 약속의 정원 <세한정>


    세한도는 귀양살이를 하는 추사 김정희의 마음을 원용하여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불행한 내면을 표현한 작품으로, 추가가 유배생활 중에 제자 우선 이상적 선생에게 그려준 세한도를 공간에 펼쳐 정원으로 조성했다는 세한정.

    내부에 위치한 송백헌(松柏軒)에는 세한도와 함께 추사와 제자의 초상화 그리고 추의 생애와 삶의 역정을 보여주는 그림 11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추사 하르방>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가시 울타리가 둘러쳐진 외딴 초가집에서 외롭고 쓸쓸한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선생의 당시 공허하고 텅 빈 마음을 뻥 뚫린 가슴의 하르방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영섭 / <어린 왕자1>


    곳곳에 연꽃 조성지를 비롯해 설치조형예술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돼 있다.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어선지 전통사찰적인 요소가 부각됐는데, 개인적으로 세미원(洗美苑)이라는 이름과 걸맞다고 생각한다.

    아침고요수목원도 그렇고 확실히 양평엔 친자연적 특성을 살린 향토적인 소품이나 소재를 세련되게 활용한 조형물로 꾸며진 관광지가 많다.

    배다리 입구의 안내비석.


    어떤 행인이 팻말들 앞에서 마치 불공을 드리듯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렸다. 그 뒷모습이 어딘가 간절해 보여서 유심히 지켜봤다. 이처럼 때로는 오래도록 죽지 않고 길이길이 전해지는 귀한 유산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처럼 말이다.

    배다리는 배 여럿 이어 만든 다리로 정조 임금께서 부친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 가실 때 한강에 설치되었던 배다리(열수주교)를 복원했다고 한다.

    예스러운 경고문이 익살스럽다.

     

    배다리 너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다리 양 옆으로도 연잎 무리가 흐드러졌다.

     

    하늘을 품은 강.

     

     

    # 04.

    강가라지만 한낮 더위에 배낭을 짊어지고 한창 떠돌아다니다 보니 지쳤다.

    이만 숙소에 짐을 풀고 다른 데를 둘러볼까 했는데 이마저도 총체적 난국이었다. 급하게 예약하다 보니 숙소는 세 정거장 떨어진 양평역 근처였다.

    양수역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작은 숲.

     

    뭔가 꿈에서 본 적 있는 데자뷔.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었다.



    몹시 허기졌던 나는 경유지 중에 국수역을 보고서 국수가 먹고 싶었다. 아까 전에 사 먹으려다 말았던 막국수가 아쉬웠다. 양평역에서 내리자마자 역 내 분식집에서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다.

    대파가 하트 모양♡


    식사를 마친 후 콜택시를 부를 즘에 해는 이미 다 저물었다. 숙소 가는 위치를 알아보기 전에 단월면에서 연중무휴 상시 개장하는 별빛 축제 행사장을 알아봤더니 입장이 6시까지라고 한다. 별빛 축젠데 별 뜨기 전에 폐장이라고? 결국 다음 일정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별빛마을에서 열리는 불빛축제라고 한다.).

    지도로 보니 거리상으론 아신역에서 가까운데 다리가 양평역 근처였던 것이다. 차라리 아신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으면 좀 나았을까 싶었지만 지난 일 생각해서 어쩌랴. 시간은 속절없고 발만 아프지.

    목적지 부근에서 택시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숙소가 모텔이냐고 물어와서 당황스러웠다. 아, 아니요? 내가 묵은 숙소는 어쨌든 모텔촌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사실 좋은 호텔에 머물러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텔이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택시 기사는 그저 목적지를 물었을 뿐일 테지만 사위가 어두운 숙박촌 한복판에서 어느 모텔로 가냐는 질문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여하튼 예약했던 숙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 05.

     

    셀프 체크인을 하려는데, 유럽 각지로 사진 촬영하러 돌아다닐 듯한 인상의 스태프가 나타났다. 내게 성함을 묻더니 갑자기 신분증을 요구했다. 민증을 살피더니 동안이시라며 감탄하더란다. 거 참. 이 분 영업 잘하시네.

    객실 창문을 여니 저 멀리서 남한강이 보이는 나름 한강뷰다.

    점등 후에 어둑어둑하더니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금세 익숙해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사지 의자가 단연 최고였다. 후기에서 방음이 잘 안 된다더니 건너편 방에서도 마사지 의자 작동하는 소리가 다 들렸지만 염려한 대로 민망한 소리는 다행히 들리지 않았다… 급하게 예약한 것치곤 가성비가 괜찮다.

    퓨전 한옥식 인테리어가 몹시 취향이다.


    객실 내 PC에서 사진들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올리느라고 찾아보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연꽃빵이며 기념품숍까지 놓친 구간이 그렇게 많았다. 물론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배낭 메고 다니느라 어차피 무리였을 테지만 그럼에도 아까워 죽겠다.

    대책 없는 곧 서른의 좌충우돌 서투른 여행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질 것이고, 자정이 넘었건만 다음 행선지는 아직도 미정이다.

     

     

    2021년 08월 0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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