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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2024년 02월 09일 (수)
저녁 먹고 9시쯤 출발 전에 교통편을 다시 검색하니 오이도에서 숙소 가는 버스가 끊긴 탓에 다음날로 자동 필터링이 됐다.
하는 수없이 오이도역에서 택시를 잡아탔고, 40분가량 달린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11시 반이었다(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주인장은 바빴는지 프런트에 내 이름이 적힌 명함과 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은 지 오래됐지만 최근에 리모델링한 태가 나는, 가격 대비 깔끔하고 널찍한 규모에 몹시 만족스러웠다! 창문에 바다도 잘 보이거니와 온수도 깜짝 놀랄 만큼 콸콸콸 쏟아져 나오더란다.
그리고 바보짓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점. 카드키가 열쇠여서 수동인 줄 알았더니, 외부에서 문을 닫으면 객실 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인근 편의점에 야식 사러 안에 카드키를 꽂은 채로 외출하고 돌아왔다가 안 열려서 당황했다.# 02. 2024년 02월 10일 (목)
# 03.
# 04.
연포탕이 먹고 싶었지만 비싼 관계로 칼국수로 만족했다. 지역 맛집답게 웨이팅 등록 기기며 서빙 로봇이 돌아다녔고 열두 시 넘어서부터는 단체 예약 손님들이 슬슬 심심찮게 붐비더란다.
1.5~2인분 기준이라 혼자 먹기에 양도 많고 비싼 감도 있지만 바지락 껍데기가 다 발려서 나오는 정성을 인건비로 치환하니 납득했다. 다 떠나서 뜻밖에 귀한 동동주를 도보 여행 중에 마실 수 있어서 행복했다.
# 05.
# 06.
바닷길에서 해변으로 복귀하는데 어제처럼 급하게 신호가 오더란다.
해변에서 도로변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카페 아래층에 편의점이 있는데, 먼저 편의점에 들러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화장실은 없다는 답변이 황당했다.
심정 같아선 사장님은 뭐 그럼 요강에다 용변을 보시냐고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시민의식을 발휘해 꾹 참고 곧장 2층으로 향했다. 규모가 작은 카페임에도 휴일이어서 그런지 인파가 바글바글했다.
물론 화장실을 사용하는 대가로 당연히 예의상 아메리카노 한잔 사 마실 요량이었다만,보통은 도어록 비밀번호가 기재된 안내서가 부착돼 있는데 실로 치밀하다. 그만큼 진상이 많았으리라는 고충을 대충 헤아려본다.
편의점과 카페 간의 모종의 유착관계를 깨달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섬마을에 몇 없는 편의점에서 화장실이 없다는 답변은 너무하셨어요.
# 07.
# 08.
출출한 와중에 찐빵가게와 카페를 겸하는 콘셉트가 눈에 띈 데다 콕 집어서 영흥 찐빵이라니 지역 명물 같아서 일단 사긴 샀는데 대부도에서 흔히 보이던 옥수수 찐빵과 같은 유였다(대체로 선재도는 인근 섬인 제부도, 영흥도 또는 대부도와 통틀어지는 경향이었다.)
모쪼록 작고 동그란 노란 찐빵을 하늘을 배경으로 집어 올리자 꼭 보름달 같으니 앙증맞고 예뻤다. 8개부터가 최소 단위라 아쉬워하면서도 순식간에 네 개를 해치웠다. 팥이 아주 달지도 않고 적당히 담백했다.#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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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13.
오이도역 갈 적마다 물품 보관함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새로 생겼다.
매번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도로연수를 해서 중고차를 사든 차를 빌리든 운전하고 다니고 싶다. 아무래도 뚜벅이로는 숙소들이 대체로 외진데 자리 잡은 만큼 해 떨어지면 다니기도 무섭거니와 근린시설이 여의치 않으니 이래저래 제약이 많다. 또 애견 동반은 그렇게 많으면서 식당 메뉴는 어딜 가나 2인 이상 기준인 점도 아쉬웠다.
그래도 잔여 숙소 찾아 얼떨결에 간 선재도라 급하게 잡은 일정치곤 나름 하루를 알차게 보낸(?) 여행이었다. 하루 새에 많은 걸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바닷길이 열리면서 함께 내 감각도 열렸달까. 탁 트인 시야가 세상 속 시원했다.
또한 목도 너머에까지 바닷길이며 섬의 끝에서 정반대 끝을 싸돌아다닌 만큼 체력 비축을 구실로 열심히 사 먹어댄 탓에 체중도 무려 1kg나 쪘다. 뚜벅이로 겨울바다 여행은 1월보다는 2월이 적당함도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였다.
기약은 없지만 다음번엔 본래 가고 싶었던 영흥도나 해상 케이블카가 있는 제부도 쪽을 둘러볼까. 빛공해가 적은 백령도로 가서 좋아하는 별구경을 실컷 해볼까.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운전 연수받고 차 빌려서 큰맘 먹고 동해로 가볼까.
모쪼록 돌아가는 내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