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기 위해 자라는 중

# 01.

식욕억제는커녕 흡사 빅뱅마냥 폭발한다. 가슴 커진 것까진 좋은데 발달정도가 지극히 한미하고, 뱃살과 승마살은 두드러지도록 부각된다. 게다가 성욕은 덤이다. 미친. 한도 끝도 없는 욕구불만이라니 정서적 허기가 이렇게나 무섭다.

부프로피온 효능이 1주에서 길게는 한 달 뒤에나 발현된다더니 체중계가 49kg을 표시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보다 강력한 억제제를 찾아봤다. 혈당억제제인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등)가 그렇게 효과적이래서 비대면 진료로 유선상담을 받아보니, 49kg이기에 처방할 수 없단다(키가 몇 인지 묻지도 않고서.). 3주도 채 안 되어 식욕이 주체가 안 되고 5kg이 부쩍 증량했다고 하니 구두상으론 증명할 수가 없다나 뭐라나. 그도 그럴 것이,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약물이었다.

일단 근처 병원으로 진료 예약은 해놨는데 차라리 부작용을 감수하고 중추신경계에 관여하여 단기적인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펜터민을 처방받아볼까도 고민 중이다.


# 02.

염치 불구하고 기대고 싶다. 너르고 따뜻한 품에 안겨 온기를 나누고 싶다. 나 같은 어둠도 감싸주고 받아줄 사람이 이 지구상에 존재는 할지 의문이지만.

외계인까진 아닌데 일단 대한민국에는 없나 보다.

금요일 밤엔가 U에게 누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주변에 소개하냐던 G의 얘기를 들려주니 U는, 외려 나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본인 당사자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던 얘기가 떠올랐다. 나는 내색 없이 속으로만 코웃음 쳤다. 그러는 당신 입장이라면 어떤데? 어차피 G와 마찬가지였으리라.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 말이야 쉽지. 책임 없는 가벼운 말이라면 지겹다.

그런 면에선 차라리 G가 낫… 진 않구나. 교제만 해도 제가 먼저 청해놓고서, 술만 마시면 십중팔구 잠자리하자고 들이댈 땐 언제고 도저히 여자로 보이지 않다나. 선별적 이성관이 웃기지도 않다.


# 03.

그래,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운세 관련 타로영상을 볼 때마다 하나같이들 이제, 곧, 운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대체 무슨 운이 어디로 왔다는 건지. 염세주의는 달갑지 않지만 처지가 그렇다. 지난달에 학원등록과 취업한 이후로 딱히 이동하거나 변화될 일도 없고, 누군가와 깊게 교류할 일도 없고, 준비 중인 시험은 다음 달 초에나 보는데. 타이밍이 이러하니 노상 지지부진한가 싶고.

그럼에도 어김없이 찾아듣는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내 소울메이트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서. 너무 큰 기대를 갖진 않되 희망을 아주 놓지 않으려고. 누군지 모를 나의 소울메이트와 나의 아이들을 비롯한 사랑하고 친애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메이트가 되어주기 위해, 잘 해내기 위해 자라나는 중이다.


D-5026⭐️
2025년 03월 09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