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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파수 맞추기
    기록/일기 2025. 3. 5. 13:28

    # 01.

    꿈에서 "진짜야?"라는 발신인 불명의 문자 메시지를 받자마자 곧장 깨어났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충실한 내용이지만, 예의 꿈속에서 발신인과 현실 속 매일같이 내 일기를 읽는 사람이 동일인물임은 분명했다.

    매일같이 고이고 또 무너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 아등아등 갖은 애를 쓰는 나를 보며 당신도 그만 벗어나기를. 당신도 모르게 지고 있을 무거운 짐을 덜 수 있기를.

    물론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내 일상에서 뭘 확인하고 싶은지까진 모른다. 애정인지 증오인지 모르겠으나 그저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 하나가 여기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하길 바란다. 이런 나의 진심이 당신의 주파수에 맞춰지기를.


    # 02.

    아쉽게도 나리는 눈발이 잘 안 담겼다.



    # 03.

    가장 씐나는 심부름길. 이대로 놀러가고 싶다.


    마냥 놀면 일하고 싶고 마냥 일하면 놀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

    푸른 고층 건물 무리로 둘러싸인 시가지에 뚝 떨어진 기온이 보태니 퍽 시렸지만, 또 비록 정규직은 아니지만. 아이스커피만 찾게 되는 뜨시다 못해 더운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음에, 심부름을 핑계로 중간중간 외출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 04.

    미쳤다. 찢었다. 아무리 통밀이라도 귀갓길에 (이동하면서) 샌드위치 6개 흡입 실화냐.

    심지어 직전에 먹은 리코다치즈 닭가슴살 샐러드 보울.


    청개구리 애미마냥 배가 터질 지경으로 빵빵한데도 계속 공복감을 느낀다. 연의 증언에 의하면 심지어 잠꼬대로도 연신 배고파 타령을 했다고 한다. 걸신이라도 들렸을까?

    나 | (연이 구운 삽결살을 주워 먹으며) 연아, 엄마 살 많이 쪘지?

    연 | 응.

    나 | 어디가 제일 보기 흉해?

    연 | 배랑 허벅지.

    나 | … 그냥 빈 말이라도 예쁘다고 하면 안 돼? (고기 한 점을 더 집어먹는다.)

    적다 보니 나야말로 뭘 어쩌고 싶은 건지. 이런 나도 나지만, 모쪼록 가면 갈수록 대문자 T 성향의 딸내미 주파수도 녹록지 않긴 매한가지다.

    연 | 허벅지만 좀 빼봐.

    나도 가슴살 찌우고 싶다. 가슴만 보면 흡사 기아인데 이놈의 지방은 왜 죄다 허벅지랑 배때지로 몰리는 몰라.


    # 05.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할 이 정서적 허기를 잠재우려면 역시, 동기가 각성되어야겠다. 마침 U 주변에 갔다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겸사겸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에 달성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라는 구실을 댔다.

    뭐야. 저번엔 갔다 온 사람이 많다더니.

    갑자기 나 혼자 급발진.


    길어지는 U의 회신을 기다리다가 정신 좀 차리라던 G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누나를 주변에 어떻게 소개하냐던 말과 함께.

    생각해 보니 지당하다. U의 입장이 되어 주변에 의사를 묻는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주선 좀 해줄까? 근데 이혼녀고 애가 넷이야. 얼마나 짜칠까. 주선자에게도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엄청난 고소득자가 아닌 이상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연애일까 싶다.

    이렇듯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 사이의 갭은 엄청나다. 결과적으론 내 선택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지만, 상대적으로 외로움이 덜하면 좀 좋을까.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두 가지 부류겠다. 이용가치가 있어서 맘껏 부리기 위함이거나, 돈과 시간이 외로움만큼 넘쳐나거나.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가능성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줄어들겠지. 기회는 나이에 비례하니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적을 접하게 된다면 그때는 나와 그의 주파수를 함께 맞추고 싶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또 스스로를 변형시키거나 망가뜨릴 만큼 너무 내어주지 않으면서.

    일단 지구상에는 없는 것 같으니 우주적으로 신호를 흘려보내볼까. 외계인이라도 상관없으니 내게 응답할 주파수야, 나타나라, 나타나라, 나타나라. 나타나면 좋고, 아님 말고.


    D-5031⭐️
    2025년 03월 0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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