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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수 있는 어깨기록/일기 2025. 3. 7. 11:44
# 01.
오늘 자 온과 진의 돌봄선생. 그리고 연과 하의 돌봄선생…
아, 정말 어쩌라는 건지. 치솟는 스트레스 지수는 ㅋㅋㅋ에서 기어이 정점을 찍었다.
돌봄 선생은 결국 아홉 시 되자마자 귀가했다. 고생하셨단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 기껏 한 시간 일찍 출근해 놓고 지척에서 입실하지 못한 채 연에게 또 담임에게 오는 전화통화로 출근도 전에 진땀을 다 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식히지 않는 열기였다. 출근 직전에 전화로 개학 이틀 차에 전학을 보내달라 떼쓰는 사춘기 딸 어떤데.
더 이상 입실이 늦어져선 안 됐기에 부득이 만원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서 부득이 통화했다. 어떻게든 출석시키려면 동네방네 소문날 민망함을 무릅썼다. 내 계약기간이 무사히 연장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스쳐갈 사람들이니까.일단 오늘 연의 돌봄선생은 차후 연계부터 거르기로.
# 02.멘토는 이제 중요한 원서 접수 일정 안내조차 없다. 내 수강생이라며 끝까지 책임질 것 같이 굴더니 그러면 그렇다. 역시 내가 문제인 게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책임감이 강해도 내 앞에서는 마찬가지다(본성이 무책임일 수도 있고.). 학원앱에서 보니 멘토 변경 요청 기능도 있던데 이번 시험 끝나자마자 요청해야겠다.
모쪼록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욕심 같아선 한 번에 합격하고 싶지만 과유불급, 너무 큰 기대는 말자.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할 수도 있다.
# 03.
할 일이 없어 멀뚱멀뚱 앉는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다. 지면이니 기출문제 푸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염장이 들어와 이마저도 좌절되니 결국 퇴근 전 약 세 시간가량은 수발할 문서가 등록될 땤가지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바보같이 앉아만 있었다. 예의 건설사 리셉션처럼 결국 항시대기조다.
이렇게 집에 가면 밤늦게까지 처리해야 할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떠올리니 이는 이대로 숨이 막혔다. 자기효능에 회의와 동시에 비효율적인 시간 쓰임이 숨 막히다. 이런 생활패턴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결국 관점과 마음가짐의 문제일까.
# 04.
친구 따라 강남도 간다니 그동안 벼르기만 했던 연의 수학학원 등록을 진행했다. 단체 생활이 싫다는 까다로운 성정 탓에 형편보다 과한 사교육비지만 테스트로도 얼핏 보아하니 부진 정도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요즘 학원이 그런 추세인지 몰라도 한테 엄격한 출결 규정이라 연이 따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아침에 투정 부릴 때와는 사뭇 다르게 레벨테스트 전 학원 앞에서 만날 적만 해도 명랑하더니. 시험 직후엔 기분이 나빠져서는 짜증을 그렇게 부려댔다. 시험 결과인지 예의 오디션 탓인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안 그래도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갈등을 피하려고 아침 돌봄 신청을 시작했는데 갈등은 여전하고 서비스 비용으로 저축은커녕 부채만 쌓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다.
언젠가 나더러 아이들이 많아 아르바이트만 할 수밖에 없다는 라의 말이 본 의도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상처였다. 오늘 아침에 연의 사태도 그렇고(엄마에게도 부탁드리니,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짜증 섞인 대답만 돌아왔다.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엄마로선 마땅한 처사다.), 내게 직장생활은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외에는 전망이 없어 보인다. 만년 사무보조에만 머무르기엔 생계가 후달리니까. 프리랜서로 다섯 식구를 부양할 수 있는 전문직종으로 뭐가 있을까. 또 어떻게 로드맵을 짜야할까.
이래저래 고민은 많고 지금 처지만으로도 매우 감사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은 많고 답이 없음에 막막하다. 이끌어주지 않아도 좋으니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었으면 좋겠다.
D-5029⭐️
2025년 03월 06일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