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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후기/책 2024. 3. 1. 18:30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일상이 되어버린 불행한 순간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소개하는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온 습관 때문에 자신의 현재의 마음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지금껏 돌보지 못한 사람들, 현실에 쉼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망치는 것이 오히려 나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일깨워주는 자기중심 심리학을 담은 책이다. 일본 카운슬링학회원이자 심리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도망치는 자신을 무책임하거나 나약하다는 식으로 또다시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그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타인의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져 가슴속에 흐르는 진짜 내 마음을 인정하고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
    출판
    홍익출판사
    출판일
    2017.12.05

     

    읽을 책을 고르려고 밀리의 서재에서 서칭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마음을 사로잡힌 제목이었다. 며칠 전에 읽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 이어 제목부터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표면적으론 저자가 심리학 지식과 상담 경험을 기반으로 조직 사회에서의 처세술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나 같은 전업주부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타자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게임처럼 성공이냐 실패냐, 승리냐 패배냐 둘 중의 하나로 알고 살아가기에 도망치는 것을 꺼려한다. 대다수의 기성세대가 지닌 인생관인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믿음이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고 우리는 곧이곧대로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수학 문제처럼 성과 위주로 메기는 경향이 있다. 부모 세대가 자녀의 결혼식장을 자신의 인생 전반을 평가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사람마다 성향이나 삶의 가치가 다 다른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 자기 삶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경직되지 않았나 하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은 도망치지는 것을 비겁하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직시할 용기가 없는 상태라는 말이 많은 일깨움을 줬다.

    물론 사람이 성장하고 목표를 완수하는 과정은 순탄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샤르트르가 말하듯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의 기준은, 삶의 만족도는 정답이 없다. 많이 가진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버티는 게 아니라, 덮어놓고 모르는 척이 능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에만 의존하고 의식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방치하게 된다. 많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벗어나지 그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동안 타인을 의식하느라 마음속 상처를 외면해서 곪을 대로 곪은 것이다. 조금 힘든 정도가 아니라 많-이 지쳐있던 거다. 이렇듯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는 버티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나만큼 자신을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주변을 의식하느라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유아기의 아이가 불쑥 화를 낼 때면, 부모는 아직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투른 아이에게 ~ 때문에 속상했구나?하고 아이가 화를 내는 이면의 진짜 감정을 읽어주고 알려주시라고 여러 육아 관련 서적과 칼럼에서 조언한다. 아직 감정 표현에 서투른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성인 스스로도 감정을 여전히 알지 못하고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 마음을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다.

    그 대신 내가 도망치고 싶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변화는 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듯이 어른들도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순간적으로 지나친 감정은 행복은 그 순간으로 흘러가 마음속 깊이 간직되지만 울화나 피로도는 알게 모르게 누적되어 어느 순간 어떤 형태로 돌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기실 맞물리고 처해진 상황에 따라 변수가 허다한 만큼 흑과 백으로 명명백백 규정할 수 없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폭력과 범죄와 같은 악행은 논외로 두고, 모든 인과와 귀결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규정하고 판가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률과 재판이 왜 있겠는가.

    한 가지 정서에도 대단히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하물며 아무리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을 성찰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선순위나 비중이란 분명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싶은 것인지를 말이다.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이처럼 조언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바운더리를 분명히 하라,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만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고.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처럼, 도망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자신이다.

    본문에도 나와있듯 등산 코스가 한 가지만이 아니듯 우리가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갈 수 있다. 남들보다 좀 지체된들 어떠랴. 중요한 것은 오르는 중이란 사실이다.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내 마음에 상처를 내려는 얄팍한 이기심으로부터 우리는 도망쳐도 괜찮다.

    • 키워드: 도망, 자기중심, 중용
    • 한 줄 평: 힘들면 도망쳐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정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현실의 울타리를 훌쩍 벗어나 멀리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도망치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상황이 힘들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과 대면하지 않고 외부인이나 다른 사람의 말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엉뚱한 곳을 응시하게 된다.
    자기 마음과 마주한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현재의 감정’이다. 만약 현재의 마음이 ‘당장 그만두고 싶다. 멀리 도망치고 싶다’라는 감정으로 치닫고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의 생각과 행동 과정에서 '그때 마다의 현재 시점의 마음'을 무시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휴식이란 그냥 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쉬고 싶은 자신’을 마음으로부터 허락하는 일이다… 기분 좋게 몸과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면 좋은 휴식이라고 부를 수 없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처럼 자신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라.
    내면의 시그널을 무시하면 ‘그냥’은 순식간에 ‘엄청’이 된다.
    “무의식으로 전해지는 정보를 알아듣고, 이를 일상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닦달하고 채근하면서 뭐든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다른 일에도 항상 조급하게 군다. ‘조급’이라는 의식이 머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조급한 행동 패턴이 일상화된 것이다.
    언제까지나 실패의 경험에 발이 묶여 있으면 평생 동안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소신을 피력하는 일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원래 실수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키워나간다. 실수가 많을수록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아진다.
    ‘나는 항상 실수를 한다’라는 말로 자기를 세뇌시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나날이 많아져서 결국 어떤 일에 마주칠 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실수는 나의 기량을 키워나가는 데 필요한 자신이 된다.
    행동 과정을 세분하면 하나하나의 과정에 개선점이 뚜렷해지고, 예전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들을 앞으로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구체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조금씩 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가면 얼마 안 가 훌쩍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매일 조금씩’이다.
    관계의 고민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그 원인을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깨닫는 데서 찾아야 한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관계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 가장 원만한 상태가 된다. (고슴도치 관계학)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어울리는 것과 억지로 사이좋은 척하며 지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감정을 숨기는 가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최선이다.
    애써 노력하고 배려해도 인간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도망치는 편이 좋다.
    “이길 것 같지 않으면 도망쳐라.” (<손자병법> 36계)
    껄끄러운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에 익숙해지면 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인간관계는 진실을 바탕으로 할 때 가장 값지다. 애써 노력하고 배려해도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럴 때는 차라리 도망치는 편이 좋다.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특징이 하나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의무감이 유독 강하다는 점이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중용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적절한 때, 적절한 사물과 적절한 사람을 향해 적절한 동기로 행하는 최고의 덕이라고 규정했다.
    인간관계는 단절이 아니라 소통이고… 굳이 타인의 삶에 끼어들 때는 먼저 그의 양해를 구하는 게 상식이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이나 트러블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100퍼센트 아는 관계를 만들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아동심리학자들은 미성년을 자녀로 둔 젊은 부모들의 역할은 교통경찰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운전 기술을 가르친 다음에는 그냥 제 방향으로 가도록 안내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넘어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명령하고 심지어 핸들을 빼앗아 부모 마음대로 운전하면 언젠가는 행로를 이탈해버리는 비극이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자기중심의 삶이 중요하다.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면서 언제나 나를 중심에 놓고 주위 사람들과 성의껏 소통해 나가는 일상에서 좋은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불쾌한 감정이 생겼다는 것은 빨리 도망치는 게 좋다는 신호다. 이런 때는 억지로 참으며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다른 핑계를 대며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게 좋다.
    도망치고 싶은데 억지로 참고 견뎌서 애매한 상태를 지속하다 보면 문제가 더 커진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능력이 있다. 그것은 자기계발과 경험을 통해 점차 향상되기는 하지만, 여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자기 의지와 신념을 일상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라. 기대는 타인이 자유롭게 부여한 것이다. 그 기대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라면 당신 또한 자유롭게 도망쳐도 좋다.
    자기 책임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발생하는 책임은 내가 맡은 역할뿐이다.
    자기 영역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그어놓지 않으면 사면초가의 곤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임을 침범하는 요구에는 의연한 대처가 현명하다. 상대를 피하지도 말고,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도망치지 말고, 솔직한 말로 현실에 당당히 맞서도 괜찮다.
    “두려움은 어제의 슬픔을 소멸시키지 않는다. 내일 닥쳐올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두려움이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오늘 살아갈 힘을 모조리 앗아가는 일뿐이다.” (Corrie Ten Boom)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삶의 해결책을 찾는 결단이 필요하다… 암담한 예측만 일삼으면서 제자리걸음만 하면 나중에는 도망치기는커녕 그럴 수 있는 선택지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일도 결과가 분명히 드러나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어떤 선택을 놓고 고민한다는 것은 양쪽의 장단점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작용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Sigmund Fread):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우리는 두려움을 회피하는 과정을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
    인생은 엄밀히 말해서 싸우고 지는 승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저마다 어느 정도 성취했느냐의 문제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성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보다 조금 뒤처지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신과 마주치게 되면 도망쳐서는 안된다는 강박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어 시점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았다는 걸 뜻하니, 거기서 다시 한번 자기점검을 할 마음을 먹으면 된다.
    아무리 변화가 절실해도 타자중심으로 살면서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지리멸렬한 삶으로 내몰릴 뿐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행동이다. 그 시작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1퍼센트의 작은 행동이면 족하다.
    후회할 일을 찾을지, 아니면 만족할 일을 찾을지는 당신의 결단에 달려 있다. 지금 하는 말, 지금 내가 행하는 움직임들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거절할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겨라. 뭐든 부탁해도 전부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빈틈… 함부로 대해도 되겠다는 빈틈이 감당 못할 상황을 만든다.
    상대방이 부탁을 들어줬다는 사실보다 상대의 부정적인 태도에 신경을 쓰고 그런 쪽에만 민감하게 반응해 불만을 느낀다. 애초에 거절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이유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대인관계가 좋다. 그들은 중요한 사람일수록 확실하게 거절하는데, 이유는 거절하는 것도 부탁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사이토 시게타, <거절의 힘을 익힌다>)
    자기 안의 복잡한 속내를 있는 그대로 시원하게 털어놓는 노력이 나중에 벌어질 인간관계 트러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마음속 감정을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으로, 감정의 언어화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거절을 하거나 부탁을 들어줄 때는 거절이냐 승낙이냐의 두 가지 흑백논리로 생각하기 쉽다… 거절하는 방법도 흑과 백이 아니라 그 중간에 있는 그레이존(gray-zone)을 택하면 어떨까?
    자기중심 화법의 기본은 자신 안에 있는 마음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정중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일단 일을 앞세워 확실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기본적으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이 거절해도 된다는 뜻이다.
    자기의 입장을 기준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면, 당연히 일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
    자신을 인정하는 감각과, 그랬을 때 나타나는 마음속의 현상들을 소중하게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기억이 다음에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도망치고 싶은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뛰어넘으려고 억지로 참으면서 강해지기를 바라지 마라. 그런 식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강해지는 일 같은 건 생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게 훨씬 현명할지도 모른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는 사람은 위험이 느껴지는 순간 상황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 그것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라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거나 안전한 루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망친다는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승패의 관점에서만 그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 안 있어 원하지 않는 사태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도망치고 싶어지는 상황이 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무의식 안에 조건반사적인 행동을 심어놓으라.
    언제나 나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생각하는 패턴이 몸에 배었다는 것은 그만큼 도망칠 일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서서히 스스로의 힘으로 나를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도망쳐도 된다고 자신을 인정하면, 두려움이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여유가 생긴다. 그럴 때 상황을 호전시킬 타개책이 떠오르거나 무의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절한 상황으로 내닫게 되는 것이다.
    불가능 없다는 태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지만, 자기 능력으로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것에 시간을 탕진하면 참담한 후회로 귀결될 뿐이다.
    현재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꽤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빨간 신호등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듯이 당장 멈춰야 한다. 그다음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 하고 싶지 않을 일, 하면 할수록 고통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라. 여기에 더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그렇게 하면 즐거워할 일을 하나하나 실행해 보자.
    내가 ‘하고픈 일’과 ‘하고 싶지 않을 일’의 범위를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두려운지 아닌지 마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바로 당신 자신의 감정이다.
    무의식은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평소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철저히 구분해서 행동하는 것이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위기의 순간에 얼어붙어 버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급박한 상황이 되면 도망치는 행동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평소에 실제 상황처럼 연습해두는 게 효과적이다.
    멈추고, 물러서고, 기다리면서 목전의 상황을 살피는 과정이 나중에 도망치고 싶은 자신을 바라보고 또 도망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두는 훈련의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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