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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올해가 의정부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되었다. 여기서 몇 년은 살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또 그렇게 되었다. 미혼 땐 도통 이사할 일이 없었는데 결혼하고선 2년에 한 번씩 애들 출산 전후로 이사 다닌다.
어차피 곧 이사 갈 거라 난방텐트를 살지 말지 고민했는데 웃풍 한기에 못 이겨 하나만 질러봤다. 무지막지한 결정 장애라 난방 텐트 하나 고르는 데만 한 달을 고민했다.
펼친 채로 두고 쓸 거라 굳이 원터치일 필요는 없었지만 디자인을 생각하자니 가격이 너무나 사악했고, 저렴이로 사자니 디자인과 기능이 걸리고…
최종적으로 조이비 난방텐트 토스트 색상으로 결정하고 나서도 가격 때문에 또 고민하다가, 폴대만 있으면 여름에 모기장도 사용할 수 있대서 눈 감고 질러버렸다.
택배로 받자마자 설명서에 적힌 대로 세제 없이 울코스로 돌리고 건조대에 널었더니 온 집안이 한강이 돼버린 웃지 못할 해프닝. 한겨울에도 습해서 제습기를 풀가동한 덕인지, 텐트 재질 덕인지…
암튼 금방 마르길래 바로 설치!
이 퀸 사이즈 텐트 하나 안에 무려 다섯 식구가 어떻게 다 모여 잔다. (아무래도 내년엔 무리겠지?)
저녁에 고기 구워 먹느라 거실 창문을 열었는데도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지퍼를 올리니 정말 따뜻하다. 하지만 지퍼 내리는 순간 바로 겨울 왕국. 텐트 밖은 위험해~
처음엔 시자매들이 좋아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 덥고 답답하다며 마구 탈출한다. 새벽에 보니 둘째 몸의 반은 텐트 안에, 반은 텐트 밖으로 나가있다.
결국 애들보다 엄빠가 제일 신났다.
예쁘고 아늑하니 이사 가고 나서 하나 더 살까 고민 중이다.
텐트 천장에 전자기기를 수납할 수 있는 메쉬 포켓과 랜턴을 달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다.
메쉬 포켓은 솔직히 망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고, 그나마도 오며 가며 부딪혀서 텐트가 흔들리면 쉽게 빠진다. 작은 인형이면 넣을만할 것 같다.# 02.
내가 사랑하는 로켓 배송으로 오늘 점심에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집 꾸미기에 돌입했다. 가랜드가 완제품인 줄 알았더니 DIY여서 당황했다만 그래도 저렴하니 됐어.
가랜드를 낮게 달고 싶었는데, 우리집 걸리버가 머리에 걸리적거린다고 성질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무리해서 높게 달다가 어깨랑 허리가 작살날 뻔했다.
암튼 내 돈 주고 산 조이비 난방텐트, 그리고 유일하게 돈 내고 구매한 5천 원짜리 가랜드, 그밖에 꽃다발 장식과 아이들 학습지를 재활용해 나름 가성비 좋게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봤다. 일부러 볕 잘 들어올 때 찍으니 꽤 그럴싸하다.
집이 좁으니 트리 대신 문과 문을 사이의 좁은 벽에다 아이들이 꾸민 체험용 학습지를 부착하고, 그 밑엔 꼭꼬핀에다 양말을 걸어놨더니 어쩐지 제법 그럴싸하다. 뻐꾸기시계 같달까?# 03.
요것은 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벽시계 아래가 휑한 것이 꾸밀만한 거 없나 두리번거리다 우연한 발견으로 만든 것. 역시 꽃다발은 재활용할 것이 참 많다.
목화랑 솔방울을 철사로 둘둘 감아 테이프로 벽에 붙이고 그 위에 오너먼트를 본드건으로 쏴서 고정했는데, 여전히 심심하길래 튼튼해 보이는 잎사귀들도 곁들였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똥망손인 나로선 역대급 역작! 전구나 코튼볼도 달고 싶었는데 도저히 설치할 자신도, 시간적 여건도 없거니와 텐트 위에 뒀다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묵사발이 될 것 같아 참았는데 뭐, 이 정도면 나름 안전하고 성공적인 데코 아닌가?
모쪼록 2017년의 끝자락, 소박하고 좁지만 넉넉한 살림살이로 다섯 식구가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였다.2017년 12월 2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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