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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백일상차림 : 사임당후기/물건 2024. 2. 27. 14:49
# 01.
전날은 우리 셋째 온의 백일. 누나들 때는 시댁에서 차렸는데 막내는 집에서 차려야 했으므로 둘째 하 돌상차림 때 대여했었던 사임당에서 좌식 신기본형 현수막으로 대여했다(사임당에서 대여하는 두 번째 잔치라 배송비가 공짜다!)
화요일에 배송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선 목요일에 드리면 안 되냐고 물으시길래 그날이 행사 당일이라고 하니, 허탈한 목소리로 다시 연락드리겠다 하고 끊으신 몇 시간 뒤에 커다란 박스를 헉헉대시며 가져다주셨다. 2층이지만 엘베 없는 다가구 주택이라 무척 고생하신 기사님께 죄송스러웠다.
누나들 백일 때는 시가에서 치렀지만 셋째는 평일이라 아빠도 퇴근이 늦고 친할머니랑 외할머니만 잠깐씩 다녀가신대서, 그리고 애들 관련 행사 때마다 매번 친정에서 멀리 떨어진 시가에서만 잔치하는 게 마냥 내키지 않아서 일부러 집에서 백일상을 대여했다.
삼신상이야 미역국 끓이고 삼색 나물 무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은데, 현수막 거는 걸 애들 잘 때 한다는 걸 계속 깜빡하다 보니 백일 전날까지 미루게 돼서 결국 자정 넘어서 만들어야 하는 삼신상 차리기랑 병행하느라 밤을 꼴딱 지새웠다.
집이 좁아서 현수막은 몇 개 생략하고 3개만 달았는데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 다음 돌잔치 때도 사임당에서 차리게 된다면, 돈 조금 더 내더라도 병풍으로 주문해야겠다. 천장에 고정하는 게 은근히 빡세다.
내 유년 시절 사진 앨범과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통해 삼신상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만 있고 차리는 법은 몰랐으므로 첫째 땐 백일이나 돌 때도 차려준 적이 없고 둘째 때 돌상 대여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그래서 셋째 백일을 맞이한 오늘, 우리 셋째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들였다(절대 편애가 아니란 말이다!).
미신을 100% 믿지 않지만, 아기를 점지하고 건강을 관장한다는 우리 민족의 여신 삼신에 관한, 드물지만 지금까지도 전승되고 있는 전통 풍습 중 하나인 삼신상은 결국 백일 동안 잘 자라준 아기에게 건강을 기원하는 상차림이다.
때문에 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키우겠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이자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삼신상은 출산 후 3일, 7일, 21일, 100일, 돌 ~ 열 돌까지 차린다는데, 난 그렇게까지는 못하겠…
전통 민속신앙에서의 삼신은 한 분(출산을 돕는 산신)이라는 설이 있고, 피 만드는 산신, 뼈를 모아 주는 산신, 출산을 돕는 산신으로 세 분의 삼신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보통은 밥과 미역국은 각각 세 그릇씩 두고 정화수는 하나만 뜨는데, 나는 이왕 드시는 거 물도 많이 드시라고 정화수도 세 그릇을 올렸다.
삼신상차림은 꽤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잔치 당일 자정 지나서 요리할 것.
- 미역국에 소고기를 넣지 말 것.
- 미리 간을 보지 말 것.
- 소금, 마늘을 쓰지 말 것(신을 쫓음).
- 칼, 가위로 자르지 말 것(수명과 연관).
- 당일에 아기의 직계가족이 다 먹을 것.
나는 미신의 유래는 어느 정도 당대의 실정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할 것이라고 여기기에, 내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1번, 3번, 6번은 아마 위생과 관련될 것이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으므로 음식이 빨리 상하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요리해서 빨리 소진해야 될 것이고, 간을 하게 되면 침이 섞여 비위생적이게 되니 삼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4번과 5번의 이유로는, 소금과 마늘은 맛이나 향이 너무 강해서고(근데 참기름이나 국간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왜 소금과 마늘이 신을 쫓을까?), 나물 반찬은 잘라두면 역시 금방 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번은 잘 모르겠다(미역국은 소고기가 들어가야 제맛인데!). 소금과 소고기가 귀했던 시절, 형편이 안 되어 사랑하는 자식에게 제대로 된 잔칫상을 못 차려줘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하층민들을 위해 일부러 만든 애민사상적 금기는 아닐까, 하고 너무나 감상적인 추측을 해봤다.
삼색 나물은 뿌리, 줄기, 잎을 대표하는 도라지(나는 숙주로 대신했다), 고사리, 시금치로 준비했다. 검색하면서 알게 됐는데, 도라지(뿌리)는 과거-조상, 고사리(줄기)는 현재-부모, 시금치(잎)는 미래-아기를 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상 차리는 시간도, 동틀 무렵이란 의견과 7시~9시 사이란 의견으로 분분했지만 어차피 나는 J가 출근하기 전에 마치려면 동틀 무렵이기에 잔칫상 세팅하고 수유 끝나니 딱 5시였다.
상은 아기 머리의 동쪽에 두고(보통 자는 방에서 동쪽이라던데 누나들 깰까 봐 데리고 나왔다.) 부모는 축문을 읊고 상을 향해 절을 두 번 올린다.젖 잘 먹고,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 대서
수명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불듯이,
초승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십시오.아기가 잘 자라기를 기원하는 가슴 뭉클한 축문인데, 상 차리고 꾸미고 하는 동안 손 하나 까딱도 안 한 J한테 일부러 깨워서 시켰더니 졸음과 숙취 탓에 발음 다 꼬였다. 산산조각 난 내 감동 물어내라…
그리고, 나더러 아들 편애 어쩌고 하더구먼 둘째 때는 아무리 깨워도 성질냈으면서 셋째 때는 벌떡 일어 나절까지 하네? 쳇.
축문이 끝나면 절을 올린 후 아가의 발을 만지면서 “우리 아기 발 크게 해 주세요~”라고 말한 뒤, 아기를 혼자 두고 부모는 다른 공간에 10분 있다가 나온다. 그동안 삼신이 아가와 놀아주신다는데, 10분 뒤에 가보니 우리 꾸러기 장군은 여전히 쌔근쌔근 잘 자고 있었다.
오전 동안 등원 전쟁을 마친 뒤, 시자매들이 흩트려 트릴까 봐 미리 차려놓고 서재에 꽁꽁 숨겨두었던 잔칫상을 가지고 나와 세팅!# 02.
상도 전통식으로 차렸겠다, 오늘의 주인공인 백일쟁이도 함께 대여한 한복을 입혀서 본격적인 잔치 기분을 내보도록 하자.
본격 백일 사진 촬영 시작! 범보 의자는 결국 포기하고 바운서에 커버 씌워서 옮겼는데 커버가 넓게 퍼져서 나름 분위기 있다.
상 가운데에 자개 수반 위에 있는 상화는 알고 보니 옥바리에 쌀을 담고 그 위에 꽂는 것이었다. 둘째 때도 어쩐지 저대로 했다가 뭔가 이상했는데… 이미 끝나버린 잔치.
다음 잔치 때 쌀 듬뿍 담아주는 걸로! 데헷!
유기상엔 밥, 미역국, 삼색나물, 정화수를 올리고, 접시에는 각각 삼색의 과일 세 가지, 백설기와 삼색 경단을 올렸다. 시루떡은 안 해서 떡 트레이 하나 뺐는데도 나름 풍성하다.
제사상의 떡과 과일은 홀수로 올리는 건 알고 있어서 잔칫상은 반대인 줄 알았더니(국과 밥의 위치는 다르다.) 똑같이 홀수로 올린단다.
붉은색 러너와 오곡 주머니가 오밀조밀 예쁘다.
라벨은 손쉽게 만들었으나 프린트가 맛이 가서 전날에 시청 근처 문구점까지 가서 출력했다.
떡이 일찍 와야 라벨링을 하니 J가 출근하기 전에 도착하게끔 예약했는데, 하필 당일에 기계가 고장이 났대서 주문한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늦은 것이다. 어린이집 차량 오기 전 20분가량 약 30개를 허겁지겁 라벨링 하는데 갓 나온 떡이라 뜨거워서 손을 다 데고…
남은 떡은 결국 백일쟁이를 아기띠에 안고서 J의 회사(용산)까지 손수 배달해 줬다.
대여 구성에 액자 두 개도 있었다. 사진 인화하는 걸 깜빡해서 그냥 탄생 사진 책자를 올렸는데, 책자가 자가 지탱을 못 하길래 액자를 받침대로 썼다(모태 꽃미남인 줄 알았는데 지금이랑 비교해서 보니 되게 못생겼었구나?).
부모님들도 다녀가시고, J의 회사에 떡 돌리러 다녀오고 나니 하원한 누나들 도착! 누나들은 그냥 각자 자기들 취향의 공주 원피스를 입었는데, 기분 탓인지 애들이 더 늘어서 모여 있는데도 오히려 밝아졌다.
귀엽고 깜찍하고 개성만점인 우리 삼 남매들을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한 것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단 느낌이 이런 건가 보다(그래도 역시 밥은 꼭 끼니마다 먹어야 돼.).
좌충우돌 셋째 백일잔치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손님이 더 오셨더라면 더 잔치 기분이 났겠지만 집도 좁고, 나도 고단했던 터라 우리끼리 재미나게 잘 지냈다. 어느 세월에 다 치우나 싶지만 그래도 사임당 덕분에 예쁘게 잘 치렀다.
아가들,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싸우지 좀 말고! 지금처럼 예쁘고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려무나.# 03.
나는 예전부터 아기를 낳으면 백일과 돌은 꼭 전통식으로 치러주고 싶었는데, 둘째부턴 돌잔치도 민폐라는 데다 셋째를 임신 중이기도 했고 입덧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임박해서 부랴부랴 찾게 된 사임당이었다.
가격도 부담 없는 편이고 무엇보다 취향 저격이어서 내년 셋째의 돌상도 꼭 사임당에서 대여하고 싶다(그땐 꼭 병풍으로!).
두 번 이용 시 배송비 무료, 잔치 두 달 전에 선 예약 시 무려 2만 원 할인, 사임당 이용한 엄마로부터 소개받으면 만 원이 할인되니 예쁘게 잔치하고 할인 혜택도 누리시길! http://www.saimdang.biz2017년 04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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