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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한 듯 새로운 일상이 좋아서
    기록/일기 2024. 12. 21. 23:05

    # 01.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짐꾸러미 많은 날에 눈이 온다.

     

    오전 일곱 시 넘어서 출발인데 한밤 중 같았다.

     

    춥고 무거운데 버스가 오지게 안 와서 결국 콜택시.

     

     

    # 02.

     

    이렇게 눈 내리고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대개는 익숙한 얼굴들)이 모였다.

     

    피니싱전도사(# 01.)는 오늘도 자세가 이상하다며 이상한 웃음과 함께 오지랖이고, 자유수영날에만 참석하는 초급 레인의 빨간 수모 할아버지는 여전히 팔로만 헤엄치느라 진로 방해로 타 회원들의 불만을 사고, 이전에 내 전화번호를 딴 할머니 회원(# 02.)이 소속된 늘 같은 시간대 모이는 계모임 회원들은 오늘도 내게 체력이 대단하다며 추켜세웠다. 잠깐이나마 같은 그룹 소속이었던 볼멘소리 가득한 회원(# 02.)은 내게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 줬다. 각지에 흩어진 킥판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한 자리에 모으니 타 그룹 강사(# 04.)가 감사를 표했다.

     

    익숙한 듯 새로운 일과 중 다소 신선(?)했던 일은, 레인 터닝 전에 잠시 휴식 겸 수경을 벗는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본 어느 모친뻘의 회원이 정말 별안간 밑도 끝도 없이, “어머 예쁘다!”하고 감탄했다. 너무 즉각적이고 꾸밈없는 반응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 민망함이 더 컸다. 숫기가 없는 나는 어디가 예쁘냐고 차마 되묻지 못했다.

     

    그리고 K가 없었다. 두 시간 내내 보이지 않았다. 사실 꾸러미 중 산타주머니(# 01.)는 K의 몫으로(부직포부터 혼자 산타에 내용물 중 과자 소포장지가 좀 더 크고 화려한 사심을 넣었다.) 염두에 둔 것인데, 꾸러미 중 하나라도 전달됐을지조차 모르겠다.

     

    역시 낭만은 찰나다. 누군가와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그럼에도 나는 과거의 그 짧고 즐거웠던 교류의 순간(# 05.)을 양분 삼아 그저 순수하게 응원하고 싶다. K의 미래를, 그리고 나의 미래를.

     

    그러니 제발 일부러 피하지만 않았으면(개복치에겐 엄청난 상처다.). 가끔씩 인사만이라도 하고 지냈으면. 뒷모습을 바라만 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더는 다가가지 않을 테니까.

     

    데스크 직원은 늘 그렇듯 여전히 상냥하다. 간식선물은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이어서 역시 괜한 설레발이었나 싶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재등록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날마다 보는 새벽하늘이, 아침하늘이 좋아서, 출발버스에서 만나는 상냥한 데스크 직원을 비롯한 익숙한 얼굴들이, 광경이 좋아서, 익숙한 듯 새로운 일상이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더 이상 떠나고 싶지 않다.

     

    버림받고 싶지도 않고.

     

    수영 끝나고 나오니 눈 쌓인 운동장.

     

     

    # 03.

     

    피로하다 피로해.


    당최 자기가 데려가놓고 면접교섭일 차감 타령도 우습고, 인파가 붐비는 유원지에 열 살배기 여자애 혼자 입퇴장 시키는 몰상식도 같잖고, 이혼 전 양육 협조 약속은 어디 가고 결국 나랑 마주치기 껄끄러워서 밥이나 먹겠다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철저한 자기위주식 태도. 온천수영장에 한껏 들떴다가 실망하는 아이들 앞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또한 자기중심과 자기위주는 전혀 다름 문제임을 배운다.

     

    하긴 그러는 나 역시도 아이들 전체를 유원지에 데리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일단 운전 연수부터 배워야겠지만 (차도 그렇고) 막상 그 이후도 문제다. 일과 패턴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데, 여행이나 나들이 시 대중교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론 택시가 있지만 역시 지역편차가 크니까.

     

    다른 다자녀 한부모가장은 어떻게들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성향상 모임은 싫지만 정보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지 싶다.

     

     

    D-5104⭐
    2024년 12월 2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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