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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아예 새로운 강사가 왔다. 아무리 탐색 전이라도 꽤나 강도 높은 로테이션이었다(무려 네 바퀴라니.) 그나마 금세 구인이 돼서 다행인 한편 내심 K가 며칠 임시로라도 복귀하길 바란지라 아쉬웠다.
탈의실에서 여기저기 수영장 노마드였던 어느 마당발 회원이 말하길, 직전 강사는 다른 센터에서도 모종의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새 강사 역시 만난 적이 있는데 어떠냐는 물음에는 비밀이라며 함구하는 대신 아마 오래 일할 것이라 평했다.
재등록 기간이 임박하니 데스크 직원이 재등록을 종용했다. 나는 새 강사에 관련된 오늘 첫 강습 소감과 더불어, 했다. 나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그만 버림받고 싶다는 반은 농담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 02.
대뜸 하루 전에 소집 안내를 받아선 무슨 장학금인지도 누가 받는지도 모른 채 무슨 장학금 수여식을 식당에서 할까 의뭉스러웠는데 주민센터 직원 일동 송별회를 겸한 자리였다. 어쩐지 수여 당사자인 학생이 아닌 학부모만 참석을 권한 이유가 있었다. 다소 느닷없고 불편한 자리가 되겠지만 무려 장학금을 준다는데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참석한 위원회 직원들의 표정과 태도엔 자부심이 가득하다 못해 건배사로 잔이 넘쳐흐르는 반면, 나처럼 뜬금없이 불려 와 한쪽 구석에 띄엄띄엄 착석한 수여자(의 보호자)들은 밥 한 공기 주문조차 눈치가 보여 영 어색했다.
할인만 가능하다더니 며칠 만에 번복한 지난번 정부 양곡 무상 지원(# 05.)도 그렇고 남은 예산 몰아주기식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좋은 게 좋다고 여기기로 했다. 위선도 자기만족도 결국 선이다. 이혼하고 나서야 양육비도 꼬박꼬박 받고 이런저런 지원을 받는, 참 씁쓸한 아이러니다.
모쪼록 시리고 추운 연말에 감사한 일이다. 말 그대로 바르게 살아야겠다. 두부처럼, 눈송이처럼 하얗게. 선물 같은 선행을 받은 행운에 그치지 않고 나 또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03.
# 04.
전 남편이 또 하를 통해 이번엔 놀이공원에 가자고 연락해 왔다.2월 중순까진 면접교섭 차감을 명분으로 애들 보러 오지 않는다더니 지난번에도 느닷없이 하에게 청해온 저녁식사(# 06.)도 그렇고 무슨 심경의 변화인가 싶다. 놀이공원이란 말에 연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도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모두들 아빠가 보고 싶단다.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아침마다 깨우고 저녁마다 숙제시키고 재우느라 언성 높여 잔소리하기 일쑤인, 놀이공원은커녕 집 앞 공원조차 산책하기 어려운 엄마에 비해, 아주 어쩌다 선심 쓰듯 몇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아빠와의 시간을 설레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불안했다. 왜일까. 아이들이 결국 능력도 볼품도 없는 나를 떠날까 봐서? 아이들이 하나라도 떠나게 되면 나는 더더욱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애들 아빠에게 정해진 교섭일 외 면접 시 아이들에게 통보하지 말고 양육자이자 친권자인 내게 먼저 동의를 구하라고 지적하는 스스로가 어쩐지 비굴하고 치사했다.
한편, 그러는 애들 아빠는 역시나 보란 듯이 읽고도 묵살한다. 자신의 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길 적엔 부모님이 아닌 자신에게 선 연락해야 된다느니 면접교섭에서 차감하겠다느니 기세등등하게 자신의 논리를 앞세워, 제가 불리한 입장이거나 대응할 가치가 없으면 바로 무시다.이렇게 11년을 같이 살았었다. 맞지 않는 서로의 곁을 억지로 지키느라 나도 그렇고 그도 그대로 참 고생이 많았다.
모쪼록 아빠가 보고 싶냐는 나의 물음에 천진한 수긍에 곧이어, 내 눈치를 봤는지 엄마가 제일 좋아서 계속 엄마랑 살 것이라는, 하나같이들 입을 모은듯한 아이들의 대답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내 존재 자체로 불길한 먹이라서 불운과 어둠을 퍼뜨리는 걸까. 그래서 K도 기를 쓰고 나를 피하는 걸까..D-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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