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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 유튜브 등 동적인 영상매체가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고정된 활자로만 가득한 책은 어쩐지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범위가 한정적인 영상물과 달리 독서는 시공을 초월하는 역동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키므로 창의성 향상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 독서는 타인 그리고 자신과 마주함으로 사고의 지평을 더 넓혀주는데 더없이 좋은 공부다.
IT 계의 혁신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에 의해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오늘날 이 시대는 남다른 개별성, 자신만의 고유성을 요구했고 그 흐름을 읽은 스티브 잡스는 제품에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해 세상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됐다.
이처럼 삶을 다각면에서 모색하게 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는 온전히 스스로의 몫으로 주어진 이 모든 과정에서 인문학은 배움의 기쁨과 깊은 통찰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사회의 동물인 인간은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자문하고 해답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삶의 의미가 퇴색될 때 우리는 인문학에서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용 서적과 달리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인문학은 다양한 인물과의 만남의 장이자 자아성찰의 거울이다. 인문학이 주는 통찰은 공허한 삶 속에 커다란 지침과 지탱이 되어주며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준비된 자만이 획득할 수 있다.
공부하는 매 순간 배움의 이유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늘 열려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목적과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인문학 입문자를 위해 저자는 서양철학, 동양철학, 우화, 소설, 시, 역사, 신화, 금서 등 장르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최적의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순차적으로 가이드를 제시했으나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기준, 즉 흥미가 이끌리는 대로 공부를 시작하되 꾸준히 읽으라고 재차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인문학을 위주로 다루면서도 ‘선언이 없는 철학은 모호하고, 철학이 없는 선언은 맹목적이다. 두 세계는 화해가 필요하다.’라고 서론에서 밝혔듯 깊이 있고 균형적인 독서를 주장한다. 독서로 하여금 삶을 공부하여 이해하고 일상에 적용해야지만 진정한 성찰과 통찰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삶이란 죽을 때까지 공부의 연속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 키워드: 인문학, 공부, 통찰
- 한 줄 평: 인문학 공부에 앞서 장르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최적의 입문서.
인문학
본질에 이르는 세 분야: 철학, 문학, 역사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늘 비슷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지금 배우고 익혀야 새로운 내일을 살 수 있다. 배움은 쓸모없이 소모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없애주고 일상을 의미로 채워준다.
열정은 책을 계속 읽도록 해주고 목적은 책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 특히 목적이 분명해야 분야를 결정할 수 있고 공부할 내용도 구체화할 수 있다.
인문학은 답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학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인문학 공부는 질문을 찾아내고 답하고, 다시 새롭고 구체적인 질문을 찾아내고 답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자기성찰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도록 해준다. 그와 함께 무엇을 위해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돕는다.
선언이 없는 철학은 모호하고, 철학이 없는 선언은 맹목적이다. 두 세계는 화해가 필요하다.
인문학은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직접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찾고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그냥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부’를 해야 한다. 책에서 직접 얻은 것이든 읽은 것을 유추해서 얻은 것이든 새로운 문장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문장에 빠질 필요가 있다.
책을 읽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발견하려면 사전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자기 목적을 가질 것, 쉬운 책을 먼저 읽을 것, 좋아하는 분야를 먼저 공부할 것, 이것이 인문학적 체력을 키우는 작은 요령이다.
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가려면 주기적으로 열정을 되살려주는 자극(서점, 독서 모임)이 필요하다. 자극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보다 숭고한 비전을 볼 수 있게 하며,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을 끌어올려 준다.
공부라는 일과를 하루의 질서 안에 배치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공부가 생활에 자리 잡게 되고 서서히 공부를 중심으로 질서가 잡힌다. 그런 점에서 계획은 생활에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실천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작업이다.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자신에게 자극을 공급하고, 공부의 기술을 익히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보자.
“배운 것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지식은 있을 수 없다.” (단테)
지식을 실천하고 활용할 때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배운 것을 모두 실천할 수는 없으므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줄을 쳐두고, 자신이 실천해야 하는 것들은 따로 수첩에 정리해둔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꼭 실천해야 할 내용을 발견하거든 책 읽기를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을 한 후에 계속 읽는다.
지식을 현장에서 즉시 사용하기 위해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여러 분야를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에 비해 지식 자체가 좋아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어떤 학문이 있는지 살펴보고 여러 면을 경험한 후에 적합한 분야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분야에 천착할 것인지 다양한 분야를 시도할 것인지는 공부를 하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이고 읽고 또 읽으며 삶의 길을 더듬어가는 것이다.
어려운 문장도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그와 연결된 여러 개념이 등장하고 이런 문장들을 통해서 이전의 문장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 단락이 끝나거나 주제가 달라질 때까지는 읽어보는 것이 좋다. 새로운 단어가 등장할 때 사전을 찾아보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는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므로 새로운 단어를 얻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다면 먼저 사전이나 검색을 통해서 이해하도록 일차적인 노력을 한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 문장을 꼭 이해해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그래서 꼭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라 생각되면 다른 자료를 찾거나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라도 알고 넘어간다. 그 반대라면 일단 넘어간다. 책을 계속 읽고 공부를 하다 보면 그 내용과 연결되는 다른 부분들 덕에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빨리 읽거나 느리게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고 정보가 아니라 공부 자체이며, 그것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이다.
요약서로 큰 틀을 먼저 살펴본 후 본격적인 독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다.
기존에 공부한 것들을 잘 정리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나면 그림을 그리듯이 한 장으로 정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자신감이 더 붙으면 의도적으로 한 단계 어려운 책을 선택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본서들만 들여다봐서는 큰 그림만 이해할 뿐 구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책 읽기와 공부를 멈추지 않으려면 끌리는 분야에 관심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계획을 제대로 세워서 시작해도 한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잠시 외유를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본질은 늘 가려져 있으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현상을 통해서 본질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직관력 혹은 통찰력이라는 말은 현상을 뛰어넘어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는 눈 혹은 느낌을 말한다.
세상의 많은 현상을 모아보면 그 속의 본질을 알 수 있다. 현상들의 공통점, 숨겨진 특성들 속에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상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흔히들 자료 혹은 정보라고 부르는 것이 현상과 관련이 있다. 많은 정보가 오히려 눈을 가릴 수도 있다. 정보의 질을 따져야 한다. 그런 후에는 잘 분류해야 한다. 유형별, 형태별로 잘 분류해두면 본질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왜 읽는지를 모르면, 읽어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를 모르면,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정보의 질을 추구할 수 없다. 얻은 것들을 분류할 수도 없다. 목적의식은 갈래를 잡는 기준을 제공한다. 어떤 일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은 원리는 이해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원리를 알면 세상이 분명해지고 일이 수월해진다.
철학
생각하는 힘을 키워 자기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철학을 하는 목적이다.
철학자들이 던진 중요한 질문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던진 질문과 찾아낸 답을 통해서 정리된 생각들을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연습할 수 있다. 어떤 철학자의 책을 읽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자나 공부할 필요가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철학자들을 공부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가졌고 어떻게 답했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 기존의 것을 다르게 보는 능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철학이다.
현대철학은 실존주의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으므로 최근의 철학자들을 공부하기 위해서라도 실존주의에 대한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철학을 공부하려면 철학자가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그때그때 공부하는 방법이 있고, 아예 주요 개념들을 미리 공부해두고 책 읽기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창의성이란 새로운 단어를 다른 단어와 연결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새로운 단어를 얻는 것이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다준다.
철학: 사르트르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라는 것이 실존주의의 기본 명제.
인간은 자신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에게는 실존이 본질에 우선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야 하는 존재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무신론을 전제로 한다. 인간을 만든 신이 있다면 앞서의 기본 명제가 성립될 수 없다.
인간에게는 실존이 본질에 앞서므로 어떤 것에도 구속될 수 없다.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란 개념은 인간의 한 속성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말해준다. 인간은 이유 없이 이 땅에 던져진 존재이기에 본질이란 것이 애초에 없다. 규정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미래가 완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서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철학: 니체
기독교로 대표되는 형이상학은 어떤 이상적인 기준을 통해서 인간과 그 세계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시도한다. 니체는 그런 가치들이 세상을 가두고 통제해왔다고 생각했고 신의 죽음을 선언함으로써 인간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
니체는 기존의 가치를 경멸할 수 있는 용기를 존중했다. 자신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숭배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의지를 표방하는 초인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사자의 용기와 낙타의 인내가 필요한 이유는 그런 걸림돌들을 부수기 위해서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반복되는 일상의 허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고 초인으로 나아가는 삶이다. 이것이 인간을 구원해 주고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런 점에서 니체는 허무주의를 극복한 신바람 철학자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나 개념들, 사전을 찾아도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넘어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큰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니체 읽기는 니체식 단어와 문장에 익숙해져야 하고, 전체 문장의 의미도 이해해야 한다. 그런 후에는 그 문장을 뛰어넘어야 한다. 기존의 개념과 의미를 넘어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그에 맞는 독서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독서가: 인문학 공부에는 좋은 독서법을 얻는 것도 포함된다.
철학: 도가 사상
유가와 도가는 동양 철학의 양대 산맥.
도가 사상을 공부한다면 <도덕경> ▶ <열자> ▶ <장자>를 차례로 함께 읽는 것이 좋음. 세 권의 책이 삶에서 중요한 가치관이 될 수 있도록 받아들이고 그것이 품성으로 스며들도록 해야 함: 인문학의 목적은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삶 자체를 획득.
철학: <논어>, <맹자>
공부의 시작이 자기 성찰이라면 마무리인 수양은 인문학을 공부할 때도 그대로 적용: 수양을 위한 공부 방법은 문장을 얻는 것이고, 그것을 갈고닦는 것은 읽기를 반복하고 외우며 생활에 적용하는 공부 방법에 가장 적합한 책이 바로 <논어>와 <맹자>다.
철학: <한비자>, <군주론>
책이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읽는 사람에 따라서 더 달라진다(읽는 목적과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문학: 이솝 우화
다채로운 인간의 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이솝우화>는 심리학책이자 삶을 다룬 철학책에 가깝다.
이야기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아내고 자신의 속내와 비교해 보며 삶의 철학을 얻으려고 노력해 보자.
문학: 소설
소설의 매력을 찾아내서 맛볼 수 있는 자기만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느끼면서 읽는 것이다. 문학을 읽을 때는 사람들이 변화되는 순간이나 갈등에 봉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
갈등의 순간에 더 머무르면서 문장을 천천히 읽어야 한다. 문학의 목적은 느끼는 것이다. 살아있으려면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도 문장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읽고 새겨읽어야 한다.
소설은 창문과 같아서 그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다만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그 들여다보는 경험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비슷한 존재를 만나 위로받기도 하며 다른 존재를 만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다.
자신이 왜 소설을 읽는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유를 잘 알면 작가나 책을 고르기도 쉬워진다.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할 방법들을 활용해야 한다.
삶의 교훈을 얻게 되거든 그것을 자신의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 수도 없는 선택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될 일이다. 그편이 인생을 즐기는 적절한 태도라고 믿는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가볍게 감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쳐준다.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임을.
“예술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 (피카소)
인문학 공부에도 역설은 중요하다. 역설을 통해 우리는 모순되는 것이 모순이 아님을 알 수 있고, 틀렸다고 생각한 것이 맞을 수도 있음 역시 알게 된다. 역설은 우리를 새로운 생각으로 이끌어준다. 인문학을 하는 이유가 사물을 보면서 그 뒤에 숨은 본질과 진리를 들여다보는 눈을 키우는 데 있다면, 역설만큼 그것을 잘 훈련시켜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시를 읽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인 역설: 시인의 상황, 당시 시대를 보지 못하면 이면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역사
역사적 사건에는 필연성이 있다. 어떤 사건에는 그것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공부는 어떤 원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발견하게 해주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역사책은 가능하면 목차를 잘 살펴본 후 일부라도 읽어보고 고를 것을 권한다. 교과서 같은 느낌이 나는 설명 위주의 책보다는 사건이나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역사란 인간 삶의 흐름이다. 흐름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 그 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하려면 지금 우리 삶의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지금은 우리 주변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를 잘 살피는 것이 그 시작이다.
역사는 특정 인물에게 어떤 일을 맡을 것을 권유하고 그 역할의 짐을 지운다. 이때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 영웅이 된다.
“영웅이란 자기보다 큰 것에 자신을 던진 사람.” (조셉 캠벨)
삶의 의미와 공허함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지를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일을 맡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는 자유의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그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자기만의 원칙을 만들고 지켜나가야 한다. 무엇인가에 헌신하고 몰입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다.” (에드워드 핼릿 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조명함으로써 현재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미래를 유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면 한 인물의 삶을 살펴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그 인물의 시대와 그가 연결된 사건들을 생동감 있게 공부할 수 있다.
철학 공부처럼 역사 공부 또한 책의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관하다.
공부를 할 때는 중요한 내용만 기록하고 연대를 적어둔다. 너무 상세하게 기록할 필요는 없다.
인물 공부를 하면서 놓칠 수 없는 것이 그들이 남긴 말들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그들이 던지는 한마디는 인생을 관통하는 뭔가를 느끼게 해주므로 소장할 가치를 느끼게 된다.
구체적인 공부는 재미있는 책으로 하고 정리는 개론서로 한다. 역사 공부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시대를 나누어서 한 시대 혹은 한 나라씩 자신이 관심을 가진 시대나 나라를 먼저 공부한다.
역사 공부를 한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으로는 단권화만 한 것이 없다.
역사: 신화
신화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인간들에게 용기를 주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신화와 이야기들은 우리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단, 그 변화는 읽는 사람이 준비가 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신화는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으며 그들에 의해 새롭게 재창조되는 어떤 것이다. 삶을 바꾸는 신화 읽기란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읽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책 읽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현재의 존재가 초라하고 보잘것없다고 느낀다면, 현재가 자신의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자기보다 더 큰 것을 위해 살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이전의 자기 삶을 벗어던져야 한다.
“실패는 내게 시험을 통과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고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조앤 롤링)
좋은 독서가는 이야기에 담겨 있는 삶의 메시지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이해하는 수준은 이야기 속의 상징을 읽어내고 자신의 삶으로 끌어낼 수 있느냐에 의존한다.
이야기 속의 상징을 읽어내려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함께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
상징을 읽어내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상징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자기 삶을 바라보고 필요한 행동지침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야기를 어떻게 읽으며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독서가의 역량에 의존할 것이며, 그런 역량은 읽는 과정을 통해 훈련함으로써 키울 수 있다.
신화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고 우주와 자연이 주는 두려움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신화는 인간이 만든 거짓된 이야기임과 동시에 세상의 진실이 담긴 소중한 그릇이다. 우리가 신화에서 발견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다.
역사: 선문답
선을 공부하면 인간의 본성, 자신의 마음, 마음의 속성을 알 수 있다. 마음은 마음이 가는 곳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마음은 사물을 보는 방법을 결정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보고자 하는 면만을 보게 한다. 그래서 세상은 마음이 비치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깨달음이란 이런 마음의 작용을 아는 것이고, 수행이란 그런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목표의식을 갖는 것보다 목표를 내려놓고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도에 가까운 삶이다. 더 좋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아예 가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이 선이 추구하는 삶이다. 선을 공부하면 마음공부가 되고 욕구를 내려놓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로 살아갈 수 있는 주체성이 강해진다.
역사: 금서
금서를 공부하는 이유 중에는 금서를 지정함으로써 무엇을 숨기고자 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도 있다. 지배층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혹은 보호하기 위해 금서목록을 만든다. 금서를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정신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서 읽기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삶의 주체가 되는 중요한 훈련이 될 수 있다.
돈과 행복의 관계
공부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부산물일 뿐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비판의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비판의식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로마의 세네카, 중국의 공자,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 등 수많은 철학자가 자기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대중과 떨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은 대중 속에서 하되 의도적으로 혼자 생각하고 추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따로 갖추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중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살아갈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까이는 법정스님부터 멀리는 디오게네스까지 동서양에 걸쳐 있다. 현자들은 필요 이상의 물건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고 철저히 검소하게 살았다.
자기 생각을 가지려면 기존의 생각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고 지혜를 얻어도 삶은 한 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실천을 요구하고, 실천에는 먼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상이 되지 못하는 공부는 한때의 만족과 즐거움으로 끝날 뿐 삶을 개선해 주지 못한다. 인문학은 기존의 생각과 방식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하고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부추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아무리 던져도 자신이 누구인지는 자기 안에서 발견될 수 없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 집중하는 일,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을 통해서 발견된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 진정으로 원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 자체가 자아실현이며 행복이다. 한발 나아가 외부의 어떤 대상을 향해 자신을 던질 때 기존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자아실현을 의도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고 자멸적이다. 자아실현의 실상은 정체성과 행복에 대한 집착에 불과하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행복을 잃어버린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잉 의도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행복에 대한 개념도 추구도 없을 때 행복이 찾아온다.
삶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요구한다. 그 역할을 찾고 그것에 충실할 때 삶의 의미는 발견된다. 삶은 우리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면서, 구체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며 책임을 떠맡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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