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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명 : 범둥
- 출생일 : 2015년 06월 24일 (음력 : 2015년 05월 09일)
- 출생 주수 : 38주 6일
- 출생 시각 : 오후 10시 43분 (해시)
- 성별 : 여
- 혈액형 : AB rh+
- 몸무게 : 3.0kg
- 분만 방법 : NSVD (자연 질식 분만)
# 01. 새벽 1~2시경
왠지 모를 촉이었던 것인가. J와 카톡으로 <분만 시 남편의 대처 자세>를 교육했다(?). 가진통에 잠 못 이루고 양수가 조금씩 새는 느낌이 들면서 한창 육아 용품 아이쇼핑 후에 잠들었다.# 02. 오전 9시
큰애 재잘거리는 소리에 깨어나는데 배가 살살 아팠다. 밥 안 먹고 돌아다니는 큰애한테 짜증 냈던 게 아직도 마음이 아파 죽겠다.
검진일은 내일이었으나 양수 새는 느낌과 확 줄어든 태동 때문에 오늘 가기로 결심했다. 어제 중고나라에 올렸던 잘 안 쓰는 보쉬 드릴 구매 희망자분한테 연락 와서 11시까지 직접 집 앞으로 오신다고 하셨다.# 03. 오전 10시 반
구매자님이 약속 시간보다 30분 더 일찍 도착하셨다. 부랴부랴 연 등원 준비하는 동안 통증이 보다 세진 것을 느꼈다.
간신히 드릴 팔고 등원시키는데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지 선생님들께서 걱정하셨다. 어린이집을 나서는 등 뒤로 오늘 연이 동생이 나올 거 같단 소릴 들었다. 듣는 나 역시 왠지 오늘내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04. 오전 11시 반
전부터 먹고 싶었으나 거리가 있어 사 먹기 힘들었던 병원 근처 요거프레소에서 쿠앤크 요프치노를 끙끙대며 폭풍 흡입. 먹을 때마다 폭풍 태동하는 범둥이였다.# 05. 오후 12시 무렵
담당 원장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첫 내진. 첫째 출산 이후로 역대급이었다.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자궁문 개방 정도는 지지난주와 똑같은 2cm인데도 원장선생님 가라사대, 많이 아프셨을 텐데 잘 참으셨다며 자극을 줬으니 오늘내일하실 거라고 (무슨 시한부 선고 같은) 예언을 하셨다. 오늘 짐 싸놓고 아프면 바로 내원하라고 하셨다.
연이 때도 담당 원장선생님 첫 내진 후 바로 다음 날에 방 빼더니… 너무 아파서 수납 후 잠시 쉬었다 갈 정도로 걸음을 옮기기가 힘겨웠다. 엄마와 J에게 오늘 나올지도 모른다고 연락 돌린 후 쉬엄쉬엄 걸으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갔다.# 06. 오후 2시
노래하면서 범둥이 초음파 사진 정리하는데 점차 가진통 강도가 세짐을 느꼈다.# 07. 오후 3시 반
양주에 있던 J가 도착했다. 덩달아 허겁지겁 주문한 택배들도 폭풍 도착했다. 시킨 지가 언젠데 출산 가방에 싸야 할 수유 속옷들이 이제야 도착하다니.
택배 박스로 어질러진 집안 수습하는 동안 진통 강도가 더 세졌다. 아직 주기는 규칙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08. 오후 5시 반
규칙적이진 않지만 통증이 세져 출산 가방을 싸고 큰애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던 중 때마침 퇴근하신 엄마와 동생도 같이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J는 다시 큰애 맡기러 시댁으로 가고 엄마와 동생은 분만실 밖에서 대기했다. 20분간 태동 검사와 내진 후 J가 없어서 혼자 입원 수속 밟았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나 홀로 분만실행… 간호사 여러분들이 거쳐가시면서 남편은 언제 오시냐고 물으셨다. (가족분만실에는 친정 식구더라도 남편 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어떤 분은 남편이 오기 전에 낳겠다고 걱정하셨다.# 09. 오후 6시 반
겨우 1cm 열렸다. 은영 선배와 카톡하고 손쌤과 통화하는 동안 무통 호스 꼽고 진통은 규칙적으로 잡히는데도 범둥이도 위에 있고 자궁문이 열릴 생각을 안 했다.# 10. 오후 8시 40분
J 도착. 아기도 작고 경산인데도 진행이 없자 간호사들 슬슬 걱정하셨다. 점차 2분 간격으로 줄어든 주기지만 밑에 걸리는 느낌은커녕 아직도 3cm. 화장실에서 힘주고 침대에 누워서 진통하기를 반복했다.# 11. 오후 9시
내진으로 1cm 더 열리면서 양수 파수. 바로 무통 투입. 무통 후 한두 번의 진통은 살만했으나 점차 진통 세지면서 간격이 1분으로 줄어들었다. 진통에 숨 참고 밑으로 힘을 주는 요령이 생기자 진행이 보다 진전됐다.# 12. 오후 10시
진통 중에 내진하시더니 본격적인 분만 준비에 들어갔다. 분만 직전에 다다르자 그동안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줄 놓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이 정신 차리라며 허벅지 때리고 배 위에 올라가 누르자 나는 점점 이성을 놓았다. 아이 머리가 나오는 게 느껴지면서 밑으로 저절로 힘이 들어가자 간호사들이 아기 다친다는 소리에 “어떡해.” 라고 중얼거리며 저절로 들어가는 힘을 발끝으로 분산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후…# 13. 오후 10시 43분
둘째 하 공주 탄생! “끝났구나.” 하며 건강하게 우는 범둥이를 보며 안도하는데, 첫째 때와 달리 둘째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못생겼…(엄마 맞냐며.)
그래도 너무 작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태반 나오고 회음부 봉합하는 동안에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첫째와 또 다르면서 은근히 닮은(연의 출생시간은 10시 34분이었고 둘 다 무려 AB형!), 닮은 듯 다른 22개월 차 쌍둥이잼.
입원실로 가기 전 아빠랑 셋이서 첫 대면하는데, 첫째는 자기 바빴는데 범둥이는 계속 운다(왜지, 엄빠가 생각보다 무섭게 생겼나). 훗배앓이가 심해서 태반까지 나왔는데도 다시 진통하는 줄 알았다.# 14.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간 둘째 출산. 임신하는 동안 첫째 때보다 힘들었지만 출산은 순식간이었다(J의 머리카락 쥐어뜯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진통할 때도 휴식 주기마다 배고프다 노래를 했더니 영양제 맞으면서 속이 메슥거리는 와중에도 한 시간에 걸쳐 다 먹었다. 진통 중에는 물론 아이 낳고 바로 카톡과 페북하는 여유까지. 그나저나, 삶아야 되는 이불이며 옷가지며 어른 빨래도 못해놓은 게 산더민데… 아무래도 준비가 덜 된 채로 나와서 덜컥 겁도 난다.
아무튼 이제 우리는 네 가족~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