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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출산기 2024. 2. 26. 12:49

     

    • 태명 : 인서
    • 출생일 : 2013년 08월 13일 (음력 : 2013년 07월 07일)
    • 출생 주수 : 39주
    • 출생 시각 : 오후 10시 34분 (해시)
    • 성별 : 여
    • 혈액형 : AB rh+
    • 몸무게 : 2.88kg
    • 분만 방법 : NSVD (자연 질식 분만)

     

     

    # 01. 2013년 08월 10일 (토)

    지난주 주말 내내 가진통에 시달렸다. 가진통을 느낀 건 됐는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주기는 불규칙한데 전보다 횟수가 잦고 통증이 심해졌다. 진진통인지 긴가민가할 정도.

     

     

    # 02. 2013년 08월 12일 (월)

    결국 예정보다 하루 일찍 내원했다. 내진을 했는데 산도에 염증이 있대서 소독하느라 몇 분 걸렸다. 아기는 2.75kg로 이번 주 내로 입원하게 될 수 있단다. 병원에 다녀온 뒤로도 가진통에 시달렸다.

    뭔가 느낌이 왔는지 집을 청소하고 초음파 사진을 정리했다.

     

     

    # 03. 2013년 08월 13일 (화) 02:00

    소변을 보다 이슬과 내진혈이 차례로 비췄다. (이슬은 선홍빛 코딱지, 내진혈은 갈색 콧물 덩어리같이 생겼달까?) 병원에 전화로 문의하니 입원을 염두에 두고 내원하란다. 진통 주기를 수시로 체크했다.


    # 04. 2013년 08월 13일 (화) 08:00

    주기는 일정해지지 않고 계속 아프기만 했다. 간단한 준비물들만 챙기고 택시를 기다리는데 빈 택시가 안 지나간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바로 앞에서 어떤 여자가 빈 택시를 잡는 것이 보였다. 진통 중인 산모라고 사정했음에도 아랑곳 않고 먼저 가더란다… 그 후 몇 분 동안 택시가 오지 않아 힘들었다.

    다행히 어떤 친절하신 아주머니 덕분에 인근 파출소의 경찰차를 얻어 타고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 05. 2013년 08월 13일 (화) 08:30

    진료 시간 전이라 곧장 분만 대기실로 올라갔다. 자궁문 진행은 그대로나 아기가 많이 내려왔으니 오늘 입원하란다. 내진한 간호사분이 잘 참으셨다며 자궁문을 조금 벌려주시고 입원 준비를 하셨다. (1cm 열릴 때 10%씩 진행되며 간호사나 의사가 벌려주기도 한다.) 외숙모께서 오시는 동안 혼자 입원 수속을 마쳤다.

     

     

    # 06. 2013년 08월 13일 (화) 09:00

    항문으로 관장 주사가 투여됐다. 5분에서 10분 정도 참길 권한다는데 나는 2분도 못 참았다. 링거 꽂고 태동기를 달으니 외숙모께서 오셨다.

     

     

    # 07. 2013년 08월 13일 (화) 10:00

    열 시 조금 넘어서 신랑이 도착했다. 진통 간격이 점점 일정해졌지만 아직 웃을 여유가 있었다. 신랑이 점심 먹으러 가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셨던 외숙모께서 교대해 주셨다. 신랑이 나가고 얼마 뒤 어떤 산모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오히려 나보다 외숙모께서 어쩔 줄 몰라하셨다.

    그때 나는 몰랐다, 곧 몇 시간 뒤에 내 모습이란 걸.

     

     

    # 08. 2013년 08월 13일 (화) 12:30

    두 번째 내진 결과 자궁문의 진행이 없단다. 간호사가 무통 주사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익히 들어와 알고 있었고 전부터 결심한 대로 처음엔 안 놓기로 했었다.

    젊으니까 무통 없이 낳을 수 있으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우리 부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 09. 2013년 08월 13일 (화) 13:00

    담당 선생님의 내진으로 1cm 더 열려 30% 정도 진행됐다. 내진 후 처음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 10. 2013년 08월 13일 (화) 14:30

    내진 결과 진행이 없었다.

     

     

    # 11. 2013년 08월 13일 (화) 15:00

    양수가 터졌다. 슬슬 진통마다 신음하며 벌벌 떨었다. 구역질까지 일어나서 수차례 위액을 토해냈다. 침대가 가족 분만실로 옮겨졌다.

    여전히 진행은 없었다. 간호사들이 진행이 너무 더디고 몸에 힘들어 간다며 계속 무통을 권하시고 결국 사인했다.

     

     

    # 12. 2013년 08월 13일 (화) 16:30

    시어머니께서 잠깐 들어오셨다. 어머님께서 지척에 계신데도 진통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 비명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간호사들이 호흡을 잡게끔 도와주셨다. 자발적으로 무통 주사를 찾기 시작했다.

     

     

    # 13. 2013년 08월 13일 (화) 17:00

    드디어 무통 주사를 맞았다. 누워있다가 앉아서 척추로 주사를 맞으려니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호스로 차가운 액체가 척추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통증의 강도가 줄어들었다.

     

     

    # 14. 2013년 08월 13일 (화) 17:30

    친정 엄마가 오셨을 때쯤 거의 진정이 됐다. 그 끔찍했던 내진도 편하게 받으며 짬짬이 잠들 수 있었다. 이래서 무통 천국이라고들 하나보다.

     

     

    # 15. 2013년 08월 13일 (화) 19:30

    내진하는데 간호사가 다리를 꼬집으니 아팠다. 딱 두 시간이 지나자마자 서서히 무통빨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곧 나올 수 있을 만큼 내려왔지만 50%밖에 진행이 안 됐단다. 금식이 풀리고 물을 몇 모금 마셨는데 그마저도 토했다.

    다시 무통 천국에서 진통 지옥으로…

     

     

    # 16. 2013년 08월 13일 (화) 20:00

    나는 거의 이성을 잃어 무통을 찾았다. 간호사들과 신랑은 호흡을 다스리라고 격려하고 훈계하셨다. (산모가 호흡을 못 하면 아이에게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다칠 수 있다고 한다.) 아파 죽겠는데 어디 뜻대로 될까.

     

     

    # 17. 2013년 08월 13일 (화) 20:30

    결국 다시 무통 주사를 다시 한번 맞았다. 그러나 통증은 그대로였다.

     

     

    # 18. 2013년 08월 13일 (화) 21:00

    내 입으로 수술시켜 달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때부터 진통 때 호흡을 멎고 밑으로 밀어내는 힘을 주라고 지시받았다.

    힘 주기 수월하라고 화장실에 가서 변기 위에 앉아 진통했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전보단 진통을 견디기가 수월해졌다.

     

     

    # 19. 2013년 08월 13일 (화) 21:20

    분만 침대로 돌아가 누워 내진을 받았다. 진행이 거의 다 됐고 아기도 심박수 안 떨어지고 잘 버티고 있단다. 오늘 안에 아기를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도 지쳐갔다. 진통마다 필사적으로 힘을 줬다.

     

     

    # 20. 2013년 08월 13일 (화) 22:00

    분만실 스피커로 이루마의 음악 소리가 들렸다. 분만 도구를 가져오신 간호사가 분만 준비를 하시는 것이 보였다. 진통으로 힘을 줄 때마다 간호사분이 손을 넣으셨는데 한결 힘 주기가 수월했다. 간호사 한 분이 더 들어와 당직 의사 선생님을 부르셨다. 출산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 21. 2013년 08월 13일 (화) 22:34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몇 차례 힘을 줬다. 아기 머리가 나올 때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자 힘을 빼란다. 잠시 후, 밑으로 쑥 빠지는 느낌과 함께 드디어 인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물질을 빼기 전에 울질 않아서 순간 긴장했지만 이내 힘찬 울음소리를 듣고서 감동에 목이 멨다.

    신랑이 의사의 지시대로 인서의 탯줄을 잘랐다. (다른 출산 후기에서처럼 곱창 자르는 느낌과 비슷했단다.) 언제 절개했는지 모를 회음부가 봉합되는 동안 아가에게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속싸개에 싸인 인서가 내 가슴 위에 있는 초록색 천 위로 얹어졌다.

    아주 작고 따뜻한 인서를 부르자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감동적일 수가 없다.

     

     

    # 22.


    태반이 배출되는 동안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후처치 후 다시 신랑이 들어오고 간호사가 아기를 내 옆에 뉘어주셨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세 식구만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잠시 고통도 잊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상상 그 이상의 고통이었지만, 힘겹게 나왔을 아가를 생각하면 감내할 만한 진통이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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