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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남은 모의고사 해설 강의 듣다가 결국 밤을 꼴딱 지새우고서, 그대로 자유수영 두 시간 하러 간 내가 레전드다.
감사하게도(?) K를 한 시간은 볼 수 있었다(심지어 고갯짓으로 인사도 나눴으니 황송하기 그지 없다.). 누구한테 감사한지도 모른 채 나도 모르게 간절했던 것도 같다.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 어디서 나온 힘인지 거의 100분가량 거의 쉬지 않고 돌았다. 내가 그리는 포물선이 내젓는 힘에 맡겨 앞으로, 또 앞으로 고이지 않고 흐를 수 있어 좋았다.
자유형과 배영 혼영으로 연습하는 내내 혼잣말로 연신 중얼거렸다, 버텨봐. 견뎌봐. 실패해도 주저하지 말고 무너져도 일어서봐.
# 02.
손과 친분이 있는 모 회원과 탈의실에서 만나 타 급수 회원의 독단 행동을 비난하던 중 상사로서 아무런 제재가 없는 K에 대해 거론하기를, 무려 선수출신이라 싸가지가 없단다. K의 자상한 면모를 알고 있는 나로선 그렇게 속상했다…?
대체 왜? 왜 때문에?
싸가지 없는 대우의 또 다른 피해자인 나로선 도무지 스스로가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소신상 강사 손의 편의 들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더 이상 K와의 접점이 없음이 아쉽고 어쩌다 전해 듣는 근황 하나, 하나에 마음이 쓰인다. 정작 그는 일절 내게 관심도 없을 텐데도.
역시 수영장을 옮길걸 그랬다. 이놈의 팬심이 뭔지. 제기랄.
# 03.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뚫고, 쏟아지는 피로를 물리치고, 응시 중 수차례씩 다운되는 프로그램 탓에 식은땀 나는 당혹감을 무릅쓰고 어찌어찌 치러냈다. 가채점상 커트라인 안에 간신히 들었으므로 만일 두 문제 이상 누락됐을 경우 탈락이다.
합격여부 통지까지 보름이상 소요되지만, 어차피 끝난 일. 오늘 수영에서처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들인 힘은 빼고, 효율적인 시간과 체력안배에 집중하자. 한 번 숨 고르기 한 뒤 지체할 새 없이 바로 가자, 이다음으로.
D-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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