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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도 절망도 하지 않고기록/일기 2025. 4. 7. 09:25
# 01.
소문의 근원이 궁금해 질문하려다 외려 강사 손의 호소 아닌 호소를 주야장천 듣게 됐다. 손에게 상사인 K의 인상은 썩 좋지 않은 이유인즉슨, 다른 반 회원의 독단적인 행보에 대해 센터선에서 제지할 부분임에도 K는 강사 재량에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이다.
손의 고충도 알겠는 반면 K를 이해해 버린 나 자신이 싫었다. 그가 내 강사로 있을 때 몸이 불편한 회원을 더욱 신경 써서 배려하는 모습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은 까닭이다. 어쩌면 갓 시작했을 당시 체중이 표준 미달이었던 나 역시 한 때는 K의 기준으로 약자의 범주에 속했는지도.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아니기에 동정조차 받지 못하는 지도.
강습 후 매니저에게 내가 아는 선에서 대략의 상황을 (최대한 여과를 거쳐) 전했다. 그리고선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약자를 배려하는 K의 심성과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나를 미워하기에 모쪼록 나는 내 강사님의 편을 들겠다는 쓸데없는 부연을 굳이 덧붙였다. 그러자 매니저는 그렇지 않다며,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K가 좋아했다고 한다.
아. 진정인지 모를 말에 어쩌면 K도 나와 같은 마음: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는 상대를 가끔씩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희망을 품어버렸다. 어차피 내 이름조차 기억도 못할 텐데. 또한 그가 나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내 직감이 사실이라면 다음날 아예 보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 02.
비 내리는 모의시험지에다 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빌었다. 너무 기대도, 그렇다고 아주 절망도 하지 않고 어떤 결과든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때까지 지금처럼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D-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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