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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나 모자라서기록/일기 2025. 3. 1. 09:56
# 01.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첫 시작부터 끝까지 어제 미숙했던 일처리의 여파가 하나 둘 밀려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이왕 들어올 염장 한꺼번에 올 것이지, 화분 말라죽듯 서서히 제기되니 더더욱 애가 탔다.
가뜩이나 심사니 뭐니 잔심부름으로 앉아있을 겨를이 없는 짬짬이 어찌어찌 수습했으나, 결국 퇴근길에서도 오류 관련 전화를 연거푸 받음으로써 자기혐오의 방점을 찍었다. 내가 이렇게 모자라서 사랑을 못 받는구나 싶다.
# 02.
야식과 오전에서 스킵한 점심. 졸음을 핑계로 점심을 거르면서 사내 도서관에서 읽었다. 새로 산 마그네틱 책갈피가 마음에 든다. 좋아하지만 매일 볼 수 없는 달과 바다를 이렇게나마 접해본다.
식사는 사수와 팀원들과 하되, 식후엔 카페 대신 도서관에서 독서하는 절충은 어떨까. 잠깐이라도 남들보다 뒤쳐진 만큼 따라잡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렇게나 모자란 나를 어떻게든 키우고 싶다.
# 03.
퇴근길에 들른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들. 너무 귀여워서 사고 싶지만 참자. 영풍문고는 문화바우처 사용이 안 된대서 추후에 알라딘이나 도서관을 이용해 보기로 한다.
문해 수준이라면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천만의 말이었다. 업무가 다양해질수록 바닥을 치는 문해력으로 나 자신이 이렇게나 모자람을 여실히 느끼는 중이다. 올 상반기 목표는 자격증 취득과 함께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치중하기로 한다.
# 04.
고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니 택배 근처로 웬 쪽지가 뒹굴고 있었다. 밤낮으로 그놈의 조용필 노래냐며 아파트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매너 좀 지키라는 전문이었다.
조용필 선생의 노래만 부른 것도 아니지만 당장 출근 전에만 해도 넘쳐흐른 복식 파이팅이 부끄러웠고 윗집인지 옆집인지 아랫집인지 용기 내어 항의해 준 이와 감사하고 미안했다. 이렇게나 모자라서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 이웃 사랑을 노래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겠다.
아이들에게 쪽지 내용과 함께 다 같이 살아가는 공간에선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며 그러지 못한 엄마가 뭘 잘못했는지 가르치면서, 엄마가 큰 소리를 내면 그러지 말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흔쾌하게 알겠다고 하며 엄마 역시 자신들이 뛰어다니면 얘기해 달란다. 그건 매일같이 잔소리하고 있다, 이것들아.
D-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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