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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버스에 타자 데스크 직원이 눈에 띄었다. 반갑게 인사 나누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 자리에 앉았다. 일과 중 5분 남짓한 귀한 교류 시간이다. 이런 순간을 잃기 싫어서 수영장을 옮기고 싶지 않았지만 어렵사리 도중 환불 관련 화문을 던졌다. 취소 수수료가 붙어서 환불받을 수 있는 액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는 외려 강사 교체 건으로 그러느냐고 선문했다. 혹시라도 반문하면 그냥 쉬고 싶다는 핑계를 대려던 나는 당황한 나머지, 지금 강사도 기본기가 탄탄해서 좋지만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데다 예고한 일정보다 빨리 교체되어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중언부언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진작 알려달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어쩐지 그녀는 보통 직원이 아닌 실세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마침 우리의 대화에 뒤늦게 합류한, 얼마 전에 상급으로 월반(# 01.)한 무리 중 한 회원이 신임 강사의 진도가 다소 느리며 아쿠아로빅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업을 진행한다고 첨언했다. 나는 짐짓 내 입방정으로 신임 강사에게 혹시라도 불이익이 갈까 봐 염려됐지만 수습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빠듯했다. 다음날에도 같은 시간대 버스에서 만나면 준비한 설명(이라 쓰고 읽기는 변명)을 보충해야겠다.
# 02.
아이들 등교, 등원시킨 후 무인카페에서 한숨 돌리려는데 아무도 없는 만큼 두 여자의 대화 소리가 귀에 꽂혔다. 내용상 둘은 오전 수영반의 회원인 모양이었다. 누가 못하고 누가 잘하는지, 실력에 이어 외모까지 품평하는 말소리가 점점 피곤해져서 결국 자리를 나섰다.
저놈의 말, 말, 말 때문에 상처받은 내가 똑같이 제3자에게 되돌려선 안 될 일이다. 생각을 멈추려면 역시 잠을 자야겠다.# 03.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지속해야 할 일의 패턴은 대게, 연속적이거나 또는 나눠서 조금씩 소분하거나 두 갈래로 나뉜다. 가령 수면은 연속적으로, 식사는 나눠서 해야 한다. 수면과 식사는 유기적이다. 안 그러면 뒤바뀌어버린다.수영 후 세 시간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외려 입맛이 돋웠다. 평상시 잘 먹지도 않는 빵에 아이스크림을 배달주문하면서까지 걸신들린 마냥 먹어댔다. 저녁이 채 되기도 전에 어림잡아 2,500 칼로리는 섭취한 것 같다.
PMS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 줄 알았더니 수 주째 연일 이어지는 폭식증(심지어 달거리는 예정일이 한참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과 충동구매성을 자제하기가 쉽지 않다. 자의식만으론 도무지 극복이 어려울 것 같아 식욕억제제를 구매하고 정신과 상담을 예약했다.
# 04.
지금 다니는 곳마다 훨씬 가깝고 규모가 큰 수영장으로 등록 차 아무리 전화해도 받질 않아 몸소 방문하니, 폐업한 지 오래됐는지 여기저기 소지품이 무더기로 널브러졌고 출입구의 입간판은 엎어진 광경을 보고서 망연자실했다.
부근 수영장은 죄 키즈 전용이거나 구립 운영시설이라 통상 월말 접수기간에 도시관리공단 사이트에서 광클질 또는 신청 후 추첨을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한다. 이번 주 내로 옮기려던 계획은 이렇게 무산됐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수면 시간 확보도, 식탐과 식욕과 충동구매 자제도, 수영장 옮기기도, 작은 미련 하나 버리기도, 좋은 본을 보일 엄마가 되는 것도.D-5116⭐
2024년 12월 09일 (윌)'기록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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