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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대보름
    기록/꿈 2024. 9. 1. 14:51

    퇴근하길 기다리는 누군가와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내 어느 날의 기억에서 온 자각몽임을 알아차리자 비참하고 가슴이 아픈 한편 깨어나기 싫었다. 장소도 기다림도 즐거움도 생생했던 까닭에.

    마침 정류장에는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가지만 기다리는 누군가가 오기까지 일부러 놓쳤다. 마침 하늘에는 평소보다 커다란 대보름이 떠올랐다. 유독 영롱한 달빛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원체 달을 사랑했으니까.

    비현실은 여기서부터였다. 갑자기 보름달이 내 쪽을 향해 다가오더니 점점 거대해졌다, 울룩불룩한 크레이터가 속속들이 보일 만큼…

    통상 우주상에서 크레이터가 적나라한 달 사진은 은빛이건만, 꿈에서 본 거대한 대보름은 평상시처럼 저녁 하늘에 육안으로 보이는 노란빛 그대로라 흡사 감자 같았다. 이대로 깔려 죽나 싶었더니 대보름은 더 이상 거대해지지 않고 그저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이거 봐요, 달이에요, 달. 갑자기 거대해지더니 내 위로 훅 지나갔다요? 신기하죠?

    기다리던 답장도, 사람도 끝내 오지 않았다. 내 위를 지나친 달은 처음 봤던 위치로부터 반대편 하늘에 자리 잡더니 서서히 본래의 크기로 되돌아갔다. 무심하게 세상을 내리비추는 달을 나는 하염없이 올려다봤다, 자각몽이 끝나는 순간까지.



    2024년 09월 0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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