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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인머스캣
    기록/꿈 2024. 9. 8. 12:31

    내내 그리웠던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았다. 자각몽임을 인지했다. 또 꿈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지.
     
    어렵사리 꺼낸 “보고 싶었어요.” 한 마디에 그렁그렁 맺힌 내 눈물을 쓱 닦아주던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의 주인과 포옹하고서 이내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언젠가처럼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대화를 나눴다. 얼굴만큼 그리웠던, 다소 짓궂은 소년 같은 투와 상반된 낮은 목소리였다.
     
    웬일인지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엔 웬 잎사귀가 붙은 싱그러운 샤인머스캣 두 송이가 쟁반에 담겨 있었다. 왜 하필 샤인머스캣이 있었는진 모르겠다. 살짝 얼려먹으면 맛있다고 했던 말을 들은 언젠가의 기억 때문일까.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의 주인은 샤인머스캣 몇 알과 잎사귀까지 집어 내 입 안에 넣어 먹여줬다. 정말 꿈이 맞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만나고,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 주고, 포옹하고, 대화 나누면서 샤인머스캣까지 손수 먹여줄 리가 없지.
     
    가슴앓이로 깨어난 꿈을 꾸는 동안 행복했는지 슬펐는지 갈피를 못 잡겠는 와중에 눈에는 이미 샤인머스캣 몇 알이 담긴 방울방울이 맺혔다.
     
     

    2024년 09월 0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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