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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평일에 정기적으로 오는 돌봄선생 희정은 연까지 전담하겠다면서, 스스로를 일컫길 게으른 완벽주의라고 했다. 나는 어쩐지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 내가 만난 인연 중 가장 귀인임이 틀림없다.
# 02.
형제들 중 유일하게 사교육비며 그 외 유류비 지출이 제 아빠가 사 남매 도합으로 주는 양육비의 최소 1.5배가 넘는데도, 특히 요 근래 웬만해선 제재 없이 사달라는 대로 사주고, 해달라는 대로 해줌에도 연은 그렇게 불만이었다. 화근은 태블릿으로 유튜브 시청을 못하게 하자 동생들을 들먹이며 징징 짜는 소리에 그만하라고 했더니, 냅다 제 아빠에게 전화 걸어 빨리 이사 가고 싶다는 성화에 그만 울컥하니 화를 참지 못했다.
연의 말 한마디로 1년 반을 혼자 사 남매를 건사해 왔다는 까닭으로, 허탈해하는 스스로가 도무지 어이가 없다. 나보다 스무 살씩이나 어린 딸에게 어른으로서 뭘 어쩌고 싶은 걸까. 술 한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 이가 아무도 없음에 다시 또 무너진다. 다시, 또.
D-4995⭐️
2025년 04월 09일 (수)